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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양호 회장, 회삿돈 빼돌려 3남매 주식매입 정황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횡령과 배임으로 챙긴 부당이득을 주식 매입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부장 김종오)는 조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으로 챙긴 돈을 조 회장의 자녀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 구매 자금으로 대거 흘러간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기내 면세품의 상당 부분을 총수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납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이들 업체를 통해 물품 공급가의 일부를 '통행세'로 챙긴 뒤 자녀들 명의 주식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재단 정석 인하학원 관련해 한진 계열사들이 정석 인하학원에 대한 편법 증여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보고 있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정석 인하학원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이 실시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정석인하학원이 출자한 52억원 가운데 45억원은 한진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현금으로 받아 충당했다.

하지만 정석 인하학원은 증여세가 면제되는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계열사 재산을 빼서 정석 인하학원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고, 총수 일가가 정석 인하학원 지분으로 지배권을 확립하는 구조로, 실질적으로 배임 행위"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일 국세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6일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 내용을 토대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한 조 회장의 전반적인 횡령 배임 의심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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