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빈손 방북 폼페이오에 '협상 계속해야 하나' 물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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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구무장관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며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추궁했다고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6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6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요미우리는 복수의 한ㆍ미ㆍ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북한이 겉으로는 비핵화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이에 역행하는 활동을 몰래 진행하고 있다고 미국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보도…트럼프 "계속 협상? 압력?" 묻자 #폼페이오 "판단에 시간이 더 필요" 신중한 입장 #폼페이오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왜 가동하냐" 추궁에 #김영철 "사실 아니다, 미사일 공장도 확장 아닌 장마 대비"

요미우리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에게 “(북한이) 농축 우라늄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핵시설과 핵탄두를 은폐하고 있다”면서 “(함경남도)함흥에 있는 미사일 공장의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는데, 이는 북·미 관계에 좋지 않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 "북한이 2010년부터 영변 시설의 배 이상 능력을 가진 우라늄 농축시설 ‘강성’ 운영하고 있음을 미 정보당국이 파악 중"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같은 내부 정보를 토대로 김 부위원장에게 각종 시설에 관해 구체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7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7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은폐하거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는 게 없다”며 “함흥 미사일 공장에서 진행 중인 것은 확장 공사가 아니라 장마 대비 공사”라고 전면 부인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비핵과 문제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하면서 비핵화 조치의 조기 착수를 촉구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재차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공정표는 제시하지 않았고 대신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조기발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는 극히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뉴스]

요미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북일정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에게서 결과를 보고 받고는 ‘이대로 협상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압력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판단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폼페이오 장관이 집중 추궁한 우라늄 농축 관련 비밀 시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막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북·미 관계가 크게 진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면에선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차가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요미우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5월 9일 평양방문때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6가지 방침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①북한은 최단기간에 핵을 폐기한다 ②CVID를 실시한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표명한다 ③모든 핵탄두와 보관장소를 공개하고 관련시설을 해체한다.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전문가의 사찰을 수락한다 ④핵탄두,핵물질,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를 북·미정상회담 뒤 빠른 시기에 국외로 반출한다 ⑤국외반출하면 미국은 경제제재완화 등 북·미관계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⑥상세한 건 북·미정상회담 뒤 실무회담에서 논의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를 전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요구를 검토해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에 반영하겠다"며 "미국은 우리의 비핵화 의지를 과소평가하거나 의심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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