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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불어나는 증인 출석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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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l6년 만에 처음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주로 야당 측은 그동안 은폐됐던 비리와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관련자들의 증인 채택을 활발히 활용해 이를 저지하거나 피하려는 정부·여당
측, 그리고 당사자들 간에 신경전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5공 비리와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씨에 대한 증인 신청이 여러 위원회에서 제기됐으나 이순자씨가 문공위 증인소환에 불응해 15일 동행명령장의 발부를 기다리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가 하면 위증협의로 청주시 경찰서장이 고발 당하는 등 국정감사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법사위의 경우 부천서 성고문 사건과 관련, 당시의 서동권 검찰총장·김경회 인천검사장·김수장 담당부장검사·남충현 담당검사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관련 담당 검사였던 신창언·안상수(현 변호사) 씨 및 명성사건의 김철호·고문사건의 김근태씨 등 모두 30명의 증인이 야당 측에 의해 신청돼 있다.
여야는 오는 11일 증인채택을 최종 결정지을 예정인데 특정사건 수사검사의 증인 출석문제는 여야 간에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여 귀추가 주목.
야당의원들은 『사실파악을 위해선 실무담당자의 증언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정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검찰총장도 국회출석을 한 예가 없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검찰이 정치권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극력 반대.
외무통일위에서 결의된 증인출석 요구는 이독구 의원(평민)개인이 지난 8월말의 해외시찰 중 겪었던 사안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이한 경우.
이 의원은 지난 8월 27일 외무통일위 북구방문단으로 서베를린 방문중 남북음악제를 제의한 서독국적 한국작곡가 윤이유씨를 만나 그 의중을 탐색하려 했으나 서베를린총영사관의 박동규 총영사와 이웅립 영사가 「상부지시」라는 이유로 윤씨와의 면담주선을 거부했다는 것.
이 의원은 따라서 그 두 사람과 전봉초 예총회장을 불러 남북음악제와 관련한 정부입장을 조사하자고 신청.
이 의원은 스웨덴 방문중 『이정빈 대사가 의원들의 방문 때마다 아첨하는 교민들만 식사에 초대한다』는 한 교포의 제보를 알아보기 위해 이 대사와 조창휘 교민회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했으나 불발됐고 통일원 교수로서 필화사건으로 면직된 신철균씨의 증인채택에는 성공.
행정위에서 서청원·백남치 의원 등 민주당 측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5공 비리와 관련해 이순자씨를 비롯,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 염보현·김성배 전 서울시장 등 20여 명에게 증인으로 출석토록 요구서를 발송.
공무원·공직자·언론인 숙정과 관련, 허삼수 전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김만기 국보위 사회정화분과위원장에게도 출석요구서가 발부.
사안별로 ▲이규동씨는 평화농장 묘목의 서울시 판매특혜로 ▲염 전시장과 권영각 주택공사 사장 김수학 토개공사장 등 4명을 체비지 매각 및 도시계획 관련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과 관련해 김성배 전 시장, 노상욱 전 사장 ▲한강유람선 관련 유병언 세모사장 ▲지하철공사 전동차 구입 및 노사분규와 관련해 김재명 전 지하철공사 사장도 포함돼 있다.
특히 구속중인 염 전시장을 증인 신청해 실현되면 수감자로서 첫 증인기록을 세울 전망인데 행정위는 정 안되면 구치소에 가서라도 증언을 듣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
부실기업정리의 책임자에 초점이 맞춰진 재무위의 재무부 감사에서는 당시 이 작업을 주도했던 김만제(현 한국신용평가이사) 전 재무부 장관과 김씨에 이어 장관을 지냈던 정인용씨 (현ADB부총재)의 증인채택 여부에 논란을 벌이다 유보시켜 놓은 상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내막적으로 이 작업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사공일 장관은 의원들이 책임자를 추궁할 때마다 『당시 재무장관의 책임하에 이루어진 조치』 라고 미루어 답변의 진전이 없자 야당의원들이 『그렇다면 당시의 장관을 불러 따지자』 고 증인채택을 제의.
이와 더불어 부실기업 정리가 장관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전 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이루어진 점을 추궁한 야당의원들은 전씨를 불러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으나 행동으로는 발전되지 못했다.
야당의원들은 전씨와의 관련을 추궁하며 『당시의 결재서류를 내 놓으라』고 다그쳤으나 사공 장관은 『청와대에는 구두보고만 하여 결재서류가 없으며 다만 재무부 내부결재 서류만 있다』고 전씨와의 관련을 계속 부인.
상공위에선 민간단체로 비감사대상기관인 무역협회 남덕우 회장의 증인채택을 야 측이 제기했으나 절층 끝에 일단 21일 자진 출석토록 권고해 보고 안되면 재론키로 합의.
외유증인 남 회장은 8일 귀국키로 되어있는데 상공부 측은 공룡처럼 비대해진 무역협회에 대한 통제가 어렵자 은근히 국회에서 손봐주길 바라는 눈치여서 묘한 입장이라는 후문.
문공위에선 새 세대 육영회 거액 찬조금 모금경위와 관리 비리·의혹을 캐기 위해 이순자 회장을 비롯, 연흥숙 사무처장·강종문 사무차장·이영수 총무부장·한종태 사업부장·이은희 서무과장 등 6명에 대해 증인 출석요구.
이중 이 회장은 6, 7일 서울시 교위감사 때 모두 불참, 야 3당은 정당한 사유 없다고 규정, 동행명령장 처리키로 하고 15일 서울시 교위감사를 다시 할 때 처리키로 결정.
야 3당 측은 문공부에 대한 감사 때 80년 언론통폐합 비리와 경위를 추적하기 위해 통폐합주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허문도 전 통일원 장관·이상재 전 민정당 사무차장·정태수 전 문교차관 등을 증인출석 요구할 방침.
교체위에서 김정길 의원(민주)은 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리』였던 골프장 내인가와 제2 민항 허가 문제 등과 관련해 전씨 등 무려 26명의 증인채택과 양정모 구 국제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요청해 논란을 벌였다.
민정당 의원들은 『5공 특위에서도 다루고 있는 문제』라며 전씨 소환에 극력 반대해 대상에서 제외키로 결정.
그러자 홍희표(무)·연제원(공화)의원과 평민당 의원들이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등 민간인 증인 채택에 대해 『민간인에게 강제로 선서를 시키고 증언시키는 것은 죄인 취급하는 것』이라며 『전·현직 공무원의 증언부터 듣고 그 때가서 필요하면 다시 부르자』 고 주장해 결국 전·현직 공무원만을 부르기로 낙착.
증인으로 채택된 우경윤씨는 12·12사태 당시 보안사 대령으로 정승화 참모총장을 체포하다 총상을 입고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5공 일등공신.
우씨는 중부고속도로 개통전인 85년 5월 8일 골프장 내인가를 받아 9월 9일 한일은행으로부터 1백 1억원의 대출을 받았으며 86년 10월 완공해 1년 만에 군인공제회에 매각했는데 김 의원은 이익차액이 1백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장인가와 관련해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애경유지 장영신 사장의 큰아들인 채형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의 친구.
그러나 85년 골프장 내인가 당시 채씨는 25세로 사실은 이순자씨의 경기여고 선배이고 민정당 간부인 장 회장의 소유로 추정되나 민정당 측이 장 회장이 민정당 간부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해 채씨로 낙착.
이밖에 채택된 증인은 다음과 같다. ▲제2 민항 허가관련=차규헌 전 교통부장관 ▲골프장허가=손수(손수익 교통부 장관) ▲부산 민악동 공유수면 매립관련=정연세 전 해운항만청장,선우만진 전 부산해운항만청장, 김주활 전 부산시장 ▲전자 교환기 구입관련=오명 체신장관, 이우재 전기통신공사 사장

<이연홍·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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