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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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가 시작된 5일 국방부청사엔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것은 삼청 교육대 사건 등 고감도이슈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유신-5·17로 이어지는 세월동안 접근금지 당해왔던 불가촉의 성역(?)에 국회의원들이 감사 차 방문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예상대로 현황보고의 비공개 관례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2급 비밀」이란 점을 강조하는 오자복 국방장관에게 야당의원들은『무슨 소리냐.16년만의 국정감사인데 비공개로 한다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맞섰다.
야당의원들은『지금까지 비공개로 들어봤지만 별로 비밀다운 내용도 없더라』며 보고의 공개·비공개구분을 주장했다.
옥신각신하다 감사시작은 20분 지연됐지만 감사반은 장관으로부터『내년부터는 부분적 공개로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삼청 교육대 사건은 이날 감사의 핵심이 됐다.
국방부가『정의사회구현을 위해 불량배를 소탕하다보니 다소 실수가 있었다』는 취지의 실태보고서를 내놓자 야당의원들은『아오지탄광보다 더 혹독한 인권유린을 저지르고도 사과한마디 없다』며 호통쳤다. 결국 국방부는 삼청 교육실태 보고서를 내놓고 오 장관은『삼청 교육이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국방부감사 다음으로 각 군 본부·군사령부·단위부대 등들도 감사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우리정치의 진통과 무관하지 않은 이름들도 있다.
보안사·수방사 등등. 또 중앙경제 오 부장 테러사건으로 유명해진 정보사도 들어있다. 새로운 사실규명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솔직히「방문」자체에 더 기대를 걸고싶다.
그것은 허황 되게 구축된 권위주의적 성역이 해체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우리사회 어느 한구석에라도 특권적인 치외법권지대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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