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침대 발치서 내려봐” vs “침실 안 들어가”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92호 08면

안희정. [뉴시스]

안희정. [뉴시스]

“피해자(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전부터 남편(안희정 전 충남지사)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피해자만 사적 감정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남편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안희정 부인, 김지은 측 진실 공방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부인 초점 #김씨 측 “일방적 보도로 2차 피해”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사진) 전 충남지사 재판에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54)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제5회 공판기일에서다.

이날 안 전 지사 변호인단과 검찰의 신문은 모두 지난해 8월 충남 보령의 휴양시설 ‘상화원’에서 있었던 일에 집중됐다. 당시 안 전 지사는 1박2일 일정으로 주한 중국대사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하고 숙소 침실에 잠든 상황이었다고 민씨는 전했다.

민씨는 “제가 잠귀가 밝은데 새벽(오전 4시쯤)에 복도 나무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실눈을 뜨고 보니 김씨가 침실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가만히 있었는데 잠에서 깬 피고인(안 전 지사)가 ‘지은아 왜 그래’라고 얘기하니 ‘아, 어’ 두 마디를 남기고 도망치듯 내려갔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어두운 방에서 실루엣만 보고 어떻게 그 사람이 피해자인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민씨는 “1층에서 올라올 사람은 한 명(김지은씨) 밖에 없다. 몸집이나 머리 모양으로 보고 확신했다”고 답했다. 또 “피해자가 여성 지지자의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해 불만이 많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피해자를 ‘마누라 비서’라 부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민씨의 진술은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부인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했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등 안 전 지사와의 관계를 ‘위력’을 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씨를 지원하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은 민씨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씨는 안 전 지사의 부부침실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주 4·5차 공판에서 안 전 지사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진술이 이어지면서 피해자 김씨 측은 “일방적인 언론 보도로 김씨가 2차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에 유리한 진술을 한)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된 반면,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만 공개됐다”며 “그로 인해 공소사실의 중요 증거나 진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언론이 피고인 측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과장·왜곡 보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도 지난 12일 “피고인 측은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자의적,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 피고인 부인의 증언을 유례없이 예고하며 또 다른 피해자 비방을 선전포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과 김씨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재판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민씨가 남편에 유리한 증언을 내놨지만 결국 사실관계를 특정하는 건 재판부의 몫이다. 검찰 신문에서 민씨는 “김씨가 침실에서 3~4분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가 재판부가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그보다는 짧을 수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