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화가까지 써서 돈 벌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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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에게 법원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가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7년 10월,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에게 법원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가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그림 대작'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가수 조영남(73)씨에게 검찰이 또 다시 징역형을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13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2부(이수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아울러 조씨의 대작 그림을 팔아 이익을 챙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매니저 장모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현재미술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한 점에 비춰 기망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며"피해 규모가 크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을 참작해 실형을 구한다"고 밝혔다.

검찰 측 주장에 맞서 조씨측 변호인은 "원심 판결대로라면 해외 유명작가들도, 앤디워홀도 살아있었다면 모두 사기죄였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수들은 조씨 요구에 따라 밑그림만 그렸지 독창적 창작을 하지 않았다. 작업 당시 조수가 그려온 그림에 선을 추가하고 색이나 배경을 변경하는 나름 고심이 들어있었다"라며 "이 판결이 확정되면 모든 작가들과 조수들이 밑그림을 표시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돈을 벌기 위해 조수를 활용했다는 공소 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제가 돈을 벌기 위해 조수를 활용했다는 공소사실에 깜짝놀랐다"며 "대중 가수와 방송인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충분히 벌어 굳이 조수를 활용해 미술품으로 돈 벌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술 창작은 유명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작의 기준 잣대는 유명 화가 등으로 편견을 갖지 말고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미술계와 저 같은 비전공자에게 중요한 판결이니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는 2016년 6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대작 화가 송씨 등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거쳐 17명에게 총 21점을 팔아 1억 5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송씨 등이 그림 표현 작업을 주로 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건 피해자들을 속인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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