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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부상 "신선한 충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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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수많은 이변과 명승부가 속출한 서울올림픽은 예상대로소련·동독·미국등 세계3대 스포츠 강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반면 그 외의 상위권에서는 심한 부침(반심)현상이 나타나 세계스포츠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있음을 보여 주었다.
16일간의 열전 끝에 예상대로 금메달 55개를 따낸 소련이 시종일관 앞선 끝에 1위를 차지했으며 동독(37개), 미국(36개)이 2, 3위로 뒤를 이었으나 나머지 상위권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양궁·탁구·핸드볼 등에서 의외로 강세를 보인 주최국한국이 서독을 제치고 금메달12개로 4위에 껑충 뛰어올랐으며 펜싱·유도·요트 등에서 선전한 프랑스와 조정·유도·레슬링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탈리아 등이 금메달6개로 10위권에 진입한 반면64년 동경올림픽이후 항상 10위권에 들던 일본과 폴란드가 중위권으로 밀려났다.
동서진영의 메달획득 분포를 보면 소련을 비롯한 9개 공산권국가들이 금메달 1백33개를 획득, 55·2%를 차지했으나 76년 몬트리올대회(1백88개중 1백21개)의 64·4%에 비해서는 다소 부진함을 나타냈다.
그러나 메달 수만 갖고 동서의 스포츠우열을 평가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즉 1, 2위를 차지한 소련이나 동독이 미국·서독보다 스포츠전반에서 우세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육상과 수영만을 비교할 경우미국은 육상에서 13개를 따내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비롯, 수영10개등 26개를 획득한 반면 소련은 12개(육상10·수영2), 동독은17개(육상6·수영11)에 그쳐 미국이 단연 우위를 보였다.
소련은 기본종목에서 미국이나 동독에 뒤지면서도 종합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종목에서 집중적으로 많은 메달을 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은 19개의 금메달이 걸린 체조에서 남녀단체전을 비롯, 모두 12개, 레슬링에서 20개중 8개, 역도에서 10개중 6개, 사이클 9개중 4개, 사격에서 13개중 4개를 각각 휩쓸었다.
기본종목에서 미국에 다소열세를 보인 동독은 26개가 걸린 카누·조정등 수상종목에서 무려 12개를 독식, 미국의 강력한 추격을 뿌리치고 2위를 고수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72년 뮌헨올림픽에서 선두자리를 소련에 내준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노렸으나 메달이 많은 체조·조정·역도·사이클·사격 등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해 또다시 3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들 3강이 서울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수는 전체 2백41개중 1백28개를 차지, 53·1%를 기록함으로써 몬트리올대회 때 65·4%(1백88개중 1백23개)보다는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미국·소련·동독이 세계스포츠를 지배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세계스포츠의 중위권판도변화와 함께 이번 올림픽의 두드러진 현상은 아시아·아프리카· 남미를 비롯한 소위 제3세계의 부상이 단연 눈에 띈다.
72년 뮌헨올림픽부터 육상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켰던 아프리카는 이번 서울올림픽에서도 케냐가 육상 중·장거리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내 세계육상계를 경악케 하면서 금5·은2·동2개로 당당히 13위를 마크했다.
케냐는 육상남자8백m에서「폴·에랭」이 l분43초96으로 우승한 것을 비롯, 1천5백m에서 「로노」가, 남자장애물3천m에서「카리우키」가 남자5천m에서「존·누기」가 각각 금메달을 획득, 육상 중·장거리에 관한 한 당분간은 독주할 것이 틀림없다.
또 모로코도 육상남자1만m에서「보타이브」가 27분21초46으로 우승, 유일한 금메달을 조국에 안겨주었다.
이밖에 미국·소련·서독 등 선진국의 아성으로 되어 있는 수영에서도 무명의 수리남선수인「앤터니·네스티」가 세계적인 슈퍼스타인「매트·비온디」(미국)·「미하일·그로스」(서독)·「조나단·시렌」(호주)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치고 53초F로 우승을 차지, 국제수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같은 제3세계국가의 부상은 그동안 국제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여러 나라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세계스포츠에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주최국 한국의 4위 부상이다.
당초 한국은 유도·복싱·레슬링·탁구 등에서 금메달 6∼7개를 획득, 종합10위 정도를 목표로 했는데 의외의 호조로 금12·은10·동11개로 세계5대 스포츠 강국대열에 끼어 든 것이다.
특히 양궁에서는 10대 궁사인 김수녕(김수령)이 한국올림픽사상 첫2관 왕과 함께 세계신기록 2개를 자성하면서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차지, 양궁한국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했다.
이밖에도 탁구에서는 유남규(유남규)가 남자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정상에 올랐으며 여자핸드볼은 구기종목 사상 첫 올림픽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여자 복식에서도 양영자(양영자) -현정화(현정화)조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탁구의 정상으로 발돋움했다.
결국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양궁·핸드볼·탁구·하키 등에서 세계스포츠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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