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일본 '골든 위크'… 56만 명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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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국제공항에 따르면 골든위크 기간 중 이곳을 통해 출국하는 승객 수는 36만3600명으로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일본 전국의 공항에서 해외로 떠나는 총여행객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늘어난 56만500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사들의 선전 문구처럼 말 그대로 '사상 최고의 골든위크'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연휴가 예년에 비해 길어졌다. 공휴일인 헌법기념일, 국민의 날, 어린이날이 수.목.금요일에 자리 잡고 있어 주말을 낄 경우 상당히 긴 연휴가 된다. 일본 여행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골든위크 기간 중 직장인들의 평균 연휴일 수는 5.9일. 지난해(5.1일)보다 하루 가까이 길다. 사이에 낀 평일(1, 2일)까지 쉬어 지난달 29일부터 7일까지 최대 '아흐레 연휴'를 즐길 수 있게 한 기업도 상당수다.

뚜렷한 경기 회복도 해외여행객 수를 끌어올렸다.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직장인들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면서 호주머니 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3월 말 결산을 마친 일본의 기업들에선 요즘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사이판으로 떠난 지바(千葉)시의 회사원 하시모토 마코토(橋本誠.39)는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져 지난해 연말 보너스도 크게 늘었고 올 여름 보너스도 대폭 인상이 예상된다"며 "8년 만에 해외 휴양지를 찾아 골프와 수영을 즐기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행 목적지로는 여전히 괌.사이판 등 휴양지와 아시아 국가들이 인기이지만, 올해의 경우 유럽.캐나다 등 비교적 먼 곳을 찾는 수요도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골든위크의 변화상은 해외 여행자뿐 아니라 국내 여행객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 등의 최고급 호텔에 머물며 휴일을 보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호화로운 서비스나 고급 음식을 맛보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의 경우 3일부터 5일까지의 숙박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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