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3선 가도 막아설라”아베, 필사적인 구라시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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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부지방의 폭우 피해 사망자가 160명에 이르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1일 대표적인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를 찾았다.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폭우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를 찾아 피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폭우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를 찾아 피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먼저 육상자위대 운송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구라시키시 마비(真備)초 등을 둘러봤다.
시내를 흐르는 하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아베 총리,폭우 피해 발생 뒤 첫 피해지역 방문 #헬기타고 둘러보고 피해주민들 모인 학교 찾아 #술자리 논란과 카지노법 등 악재 탈출에 안간힘 #지지율 상승 대항마 없어 "실점없으면 3선 유력"

이어 200여 명이 피난해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 "생활 재건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며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날 오카야마행은 아베 총리에게 단순한 피해 지역 시찰만이 아니다.

오는 9월 20일께 치러지는 총재 경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그에겐 이번 폭우 피해 대응이 가장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그는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그에게 대적할만한 적수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정도가 대항마로 꼽히지만, 일본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이변이 없는 한 아베 총리의 3연임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사학재단 관련 스캔들로 추락했던 내각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폭우로 인한 하천 제방 붕괴로 침수피해를 입은 일본 오카야먀현 구라시키의 모습.[신화통신=연합뉴스]

폭우로 인한 하천 제방 붕괴로 침수피해를 입은 일본 오카야먀현 구라시키의 모습.[신화통신=연합뉴스]

NHK의 6~8일 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전달보다 6%포인트 오른 44%였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의 비율은 전달보다 5%포인트 낮은 39%였다. 네 달 만에 지지율이 비지지율을 앞섰다.

그래서 아베 총리 주변에서는 “앞으로 결정적인 실수만 피하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해 진 게 ‘재해 리더십’이다. 폭우 피해 대응에서 한 발짝만 삐끗했다간 성난 민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18일로 예정됐던 유럽과 중동 4개국 방문을 전격 취소하긴 했지만 사실 아베 내각의 초반 위기 대응에선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특히 큰 비가 오기 시작한 지난 5일 저녁 자민당 젊은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술을 마셨다는 ‘술자리 논란’이 뼈아프다.

총재 경선을 앞두고 표 다지기 차원에서 처음 참석한 공개 행사였지만, 아베 총리를 계속 비판해온 진보계 언론을 축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재해 담당 대신인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국토교통상이 야당이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카지노법 심의를 위해 10일 6시간 동안이나 참의원 내각위원회에 머문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야당은 "피해 수습보다 카지노가 중요하냐"고 목청을 높였다.

아베 총리는 향후 최대 피해지역인 히로시마(廣島) 현 등도 찾아 적극적으로 실점 만회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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