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지방선거 효과 노리나 … 정동영 의장, 북한 개성공단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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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이 28일 개성공단 삼덕통상을 방문해 북측 근로자를 격려하고 있다. [개성=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8일 북한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5.31 지방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에서다. 전국을 돌던 정 의장이 시간을 쪼개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 정치권은 의미를 두고 있다.

남북 관계를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의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여당의 전략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당은 최근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이 합의된 것을 계기로 지속적인 남북 협력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진보적인 성향의 20대.30대뿐 아니라 여당의 핵심 공략 대상인 중도 성향의 40대 유권자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그동안 줄곧 한나라당을 '수구 냉전세력'이라고 비판해 왔다.

정 의장은 이날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와 남북경협 협의사무소, 개성공단 입주업체를 둘러봤다. 개성공단의 성공과 남북 화합을 기원하는 '팔도나무심기' 행사도 열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웬 북한행이냐고들 하는데 선거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 시절 개성공단 사업에 상당한 애정을 보였던 그는 "비무장지대를 넘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역시 정치가 중요하고,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했다. "2006년도 예산을 짤 때 우리 당이 앞장서서 1조20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대북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정 의장은 개성공단 관계자와 북한 주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개성시내 고려사박물관의 한 여성 안내원은 "지난번에도 오시더니 이번에도 또 오셨다"며 친밀감을 나타냈고, 현대 아산에 고용된 한 북한 여직원은 기념촬영 내내 정 의장의 손을 놓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정 의장은 농림부 장관과 농협중앙회장 등과 통화를 했다. "수입쌀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에 싸게 넘기고 농협 측이 개성공단 주변에서 채소농사를 지으면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임금(월평균 5만7000여원)에 비해 식대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하자 해결에 나선 것이다.

개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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