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즐겨읽기] 종군기자가 쓴 전쟁영화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재명 지음, 프로네시스, 191쪽, 9000원

2003년 2월 미국 국방부 특수작전국 고위장교들이 한 영화를 단체관람했다. 1965년 작 '알제리 전투'. 프랑스가 군사적으론 이겼으나 게릴라들의 테러전술에 따른 여론악화로 정치적 패배를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라크전에서 반미 게릴라의 공격으로 같은 처지가 된 미군이 뭔가 교훈을 얻기 위해 이 영화를 살펴본 것이다.

하지만 전쟁영화는 단순히 군사작전만 담고 있지 않다. 전세계 분쟁지역을 돌며 종군기자로 일하는 지은이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을 빌어 전쟁을 '무력으로 적을 굴복시켜 나의 의지를 강요하는 정치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전쟁영화는 시대의 정치 상황과 사회 담론을 고스란히 전하는 미디어라고 강조한다.

사실 우리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로 제1차 세계대전을,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로 스페인 내전을,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로 2차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을 기억하고 있다. 이만희 감독의 1963년 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과 현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웰컴 투 동막골'로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도 한다. 교양서로 쓰여진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전쟁론이고, 따라서 전쟁영화는 부교재인 셈이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