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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부자를 관통하는 키워드 끈기·깡·근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3) 

부자는 어떤 생각과 철학, 생활방식, 자녀관을 갖고 있을까. 부를 이룬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고, 부를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재벌이 아닌 평범하지만 이웃집에서 만나볼 만한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 

전 세계 백만장자 비중. [중앙포토]

전 세계 백만장자 비중. [중앙포토]

백만장자의 일반적인 정의는 사는 집을 제외하고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 투자자산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이 발표한 2017년 ‘글로벌 웰스 리포트(Global Wealth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 백만장자 수는 3600만명이었다.

미국이 세계 전체 부자의 43%에 해당하는 1530만 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269만 명, 영국 219만 명 순이었다. 독일· 프랑스·중국이 각 195만 명이었고, 한국은 스페인·스위스·대만과 같이 36만 명 내외로 전 세계 부자의 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세계 백만장자는 3600만명, 한국은 36만명 

KB금융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가진 부자는 2016년 말 기준 24만2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서울에 10만 명 조금 넘게 살고, 그 중 강남 3구에 3만9000명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5만여 명으로 이중 9000명이 분당에 거주하고 용인, 수원, 고양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 주요지역으로는 부산 1만7000명(해운대구 3600명), 대구 1만1000명(수성구 4400명) 등 이었다.

부자는 어떤 습관이나 기질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는가를 알아보자. 선대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은 제외한다. 일반 부자는 사업으로 부를 일군 사람과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 등 사업가 그룹이 50%, 전문직 그룹이 30%, 유산 상속형 10%, 기타 알뜰 절약형이 10% 정도 된다.

미국은 80%가 자수성가형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유산을 물려받은 경우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부분의 부자는 자신이 부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부자는 대부분 부잣집 아들로 인생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자격시험이나 고시에 합격하여 &#39;사&#39;자 직업을 갖거나 자영업으로 성공하며 부를 축적해왔다. [중앙포토]

부자는 대부분 부잣집 아들로 인생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자격시험이나 고시에 합격하여 &#39;사&#39;자 직업을 갖거나 자영업으로 성공하며 부를 축적해왔다. [중앙포토]

위에서 보듯 부자는 대부분 부잣집 아들로 인생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사’자를 달려면 치열하게 공부해 어려운 자격시험이나 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자영업으로 성공하려면 겸손하게 ‘을’의 위치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며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돈 자체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도전한 부산물이 돈이라 생각한다.

이들 두부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끈기와 깡, 그리고 부지런함이다. 도전하고 인내해야 하며 성실해야 한다. 그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부자 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면 로또 당첨되듯 일회성 행운으로 부자 된 사람은 없다. 역설적으로 로또 일등 당첨자들 후일담을 보면 행복한 이야기가 드물다.

왜일까. 답은 자명하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면 그 돈은 모래알처럼 쉽게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땀 흘린 기간과 정도에 비례해 부도 오래간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자를 20년간 연구해 발간한 책 『이웃에 사는 백만장자(The Millionaire Next Door)』는 부자의 생활상이나 습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부자는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자는 부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예로 텍사스에서 작은 엔진재생 공장을 운영해 성공한 사람의 에피소드를 들고 있다. 그는 10년 된 중고차를 몰고 있었고, 청바지에 허름한 가죽 잠바를 걸치고 다녔다고 한다. 동업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그의 사무실을 찾은 영국인 사업가는 사무실을 둘러보고 모든 사람을 유심히 살폈으나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차림이나 행색이 매우 초라해 그가 회사 대표일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겉은 그럴싸한데 실속 없는 사람을 목장에 비유해 ‘모자는 큰데 가축은 없더라(Big Hat, No Cattle)’고 표현한다.

미국은 주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최근 8년 사이에 백만장자 가구 수가 약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 부자의 평균 나이는 57세 남성이며, 자녀는 평균 3명이다. 평균 연 소득은 2억7000만원(약 25만 달러)이며 평균 재산은 40억 원(370만 달러)정도다.

부자의 가장 핵심적인 기질은 &#39;검소함&#39;이다. 그들은 과소비를 싫어하며 어설픈 신분 과시보다는 실속 있는 살림 살이를 중시한다. [중앙포토]

부자의 가장 핵심적인 기질은 &#39;검소함&#39;이다. 그들은 과소비를 싫어하며 어설픈 신분 과시보다는 실속 있는 살림 살이를 중시한다. [중앙포토]

약 40%는 석·박사 이상의 학위나 의사·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집은 소위 부자촌이라 알려진 동네에 살지 않고, 중산층이 사는 곳에 주로 산다. 이유는 과소비가 싫어서다. 신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하며 외제 차를 타는 사람도 드물다. 시계나 구두도 소위 명품은 거의 사지 않는다.

어설픈 신분 과시보다는 실속 있는 살림 살이를 중시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부 근성은 일절 없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자녀에게 재산관리에 필수적인 회계·세무·법률에 관한 지식을 갖추도록 권유한다.

가장 핵심적인 기질은 첫째도 검소, 둘째도 검소, 셋째도 검소함이다.(Frugal, Frugal, Frugal!) 많이 벌어도 낭비적인 라이프스타일은 가진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다. 전형적인 미국 부자는 10명에 1명 정도만 100만 원 이상의 비싼 옷을 산다고 한다. 절반 정도는 구두 사는데 20만 원 이상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보다는 소유를 좋아하는 기질이 체질화되어 있다. 그렇지만 자선엔 아낌이 없다.

미국 부자의 자녀관은 어떨까. 자녀에게 집이 부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노력해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살게 한다. 절제와 검소함을 가르친다. 이를 위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재산을 조금도 나눠주지 않는다. 어떤 유산을 받을지 일언반구도 내비치지 않는다. 경제적 지원이 풍족하면 자녀는 자동으로 비생산적인 사람이 된다고 본다. 자녀와 타협하기 위해 현금을 주거나 고가의 선물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의 초점은 독립적인 삶 

부자들은 자녀에게 집이 부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 수 있도록 가르친다. [사진 freepik]

부자들은 자녀에게 집이 부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 수 있도록 가르친다. [사진 freepik]

자녀에 대한 관점은 한국 부자가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이런 자세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자녀의 독립적인 삶에 초점을 두어 엄격하게 교육한다. 자녀를 망치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돈을 쉽게 쥐여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부자는 다른 사람이나 자녀가 보기에 부자 티가 안 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부의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 훨씬 더 긴 안목으로 꾸준히 노력한다. 그 핵심은 바로 자녀에게 독립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aventam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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