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망신주기 … 수사의뢰 0, 국토부·환경부에 주의 권고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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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런데 감사 때마다 발표가 달라졌다.

전직 대통령 직무, 감사 대상 안 돼 #감사원 “MB, 조사 아닌 협조 요청” #MB 측 “정권 입맛 따라 감사 반복”

이명박 정부 4년차였던 2011년 첫 감사에서 감사원은 “사소한 문제 이 외에 전체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2013년 1월 감사에선 “수질 상태가 왜곡 평가됐다”는 지적을 했다. 그해 7월 세 번째 감사에선 “이명박 정부가 담합을 방조했다”고 더 강경한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4일 발표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정조준했다. MB가 무리한 지시를 했고 그 눈치를 본 부처에서 사업 불합리성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평가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감사에 따른 공식 처분은 국토교통부·환경부에 대해 “앞으로 주의를 요구한다”고 권고한 것뿐이다. 감사원이 그간 정권이 바뀌면 정권 성향에 맞춰 ‘눈치 감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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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MB를 직접 만나려 했는데 이는 ‘조사’가 아닌 ‘협조 요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감사원법 규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원법이 정한 감찰 대상의 범위에 대통령의 직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의 직무 사안을 놓고 관련 입장을 청취할 수는 있어도 강제 조사를 할 수는 없다.

감사원 박찬석 제1사무차장은 4일 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감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직접 듣고자 했으나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 등 협조를 하지 않아 사유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MB의 대치동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으며 대신 비서관과 통화에서 “질문서 수령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감사원의 남궁기정 국토·해양감사국장은 기자들에게 “협조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어서 (적용을) 검토했으나 이 전 대통령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협조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해당 부처에 징계 등 인사 조치를 권고한 건수는 ‘0’이다. 감사원은 이번 결과만으로 4대강 사업이 실패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궁 국장은 “이번 감사 결과로 실패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며 “주무부처 장·차관과 대통령이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으면 더 잘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남궁 국장은 “정책을 결정한 분들은 모두 퇴직했고, 그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직원들에 대해선 사업 추진 후 10여년이 지나 징계 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MB 측은 이날 비서실 명의로 “대법원 도 2015년 4대강 사업이 적법하게 시행됐다고 판결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반복되는 정치적 감사는 중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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