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MB, 관계부처 반대에도 ‘4대강’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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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한 4일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한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보 설치 계획 과정 및 수질개선대책 중 문제점 등의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한 것 등의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한 4일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한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보 설치 계획 과정 및 수질개선대책 중 문제점 등의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한 것 등의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시로 직접 지시하고,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강행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국토교통부는 “4대강 물그릇(수자원 확보량)을 8억t으로 늘리고, 낙동강 최소수심을 6m로 하라”는 지시에 근거도 모른 채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에 수자원 확보를 위한 보(洑)를 대규모로 설치하게 된 것도 처음부터 이 전 대통령의 지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4일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감사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복수의 무리한 절차적 하자와 법령위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일부 징계나 위법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와 감사원법상 한계로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요구나 검찰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 대운하 사업 중단 선언 후 두 달 뒤 국토부 장관에게 “하천정비사업을 해보자”고 지시해 시작됐다.

같은 해 11∼12월 국토부는 “제방을 보강하고, 준설 등을 통해 홍수를 방지하겠다”고 ‘4대강 종합정비방안’(13조9000억원)을 보고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보를 설치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5∼6m로 굴착하라. 장석효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니 대통령 지시사항인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국토부 장관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말해 보고를 못 했다.

2009년 2월 국토부는 최소수심 6m는 사실상 운하와 마찬가지라고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고, 추후 3∼4m만 추가 준설하면 운하 추진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수심을 4∼5m로 하라고 직접 지시했으며, 4월엔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같은 달 21일 국토부 차관 주재 긴급회의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은 “통치 차원에서 향후 부족한 물 확보 필요 인식해 물그릇을 4.8억t에서 8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대통령실 협조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같은 달 24일 ‘낙동강은 최소수심 4∼6m, 16개 보를 설치해 총 7억6천만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27일 발표했다. 이후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에 4대강 사업 추진과정에서 대운하 사업과 관련한 용역자료 등을 기반해 지시를 내린 배경에 대한 설명 및 협조요청을 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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