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첫 합작광산 … 흑연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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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남한과 북한이 최초로 합작 개발한 북한 내 광산인 정촌 흑연광산이 27일 준공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북한산 흑연이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는 이날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서 북한 측 협력회사인 명지총회사 등과 합작으로 개발한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을 했다.

준공식에는 광진공 박양수 사장과 명지총회사 안승수 사장,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 대표, LS니꼬동제련 구자명 사장 등 남북 경제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촌 광산의 매장량은 625만t가량이며 흑연 생산량은 연간 3000t가량이 될 전망이다. 광진공은 15년간 매년 1830t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국내 흑연 수요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양측은 50 대 50 규모로 총 1020만 달러(약 97억원) 상당의 현물을 투자했다. 광진공이 채광.운반.선광 시설을, 명지총회사가 광산.부지.토목.전력.용수 시설을 맡았다. 정촌 광산에서 생산될 흑연은 주로 내화재와 건전지.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등에 사용된다.

박양수 사장은 "남북 합작 흑연 광산은 남측의 자금.기술력과 북측의 부존자원.노동력이 결합한 경제협력 모델로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공은 정촌 흑연 광산 개발을 위해 2002년 3월 명지총회사와 합의서를 체결한 뒤 2003년 7월 합작계약을 했다. 이어 2004년 3월 채광.운반 장비의 반출을 시작하면서 광산 개발에 들어가 이날 완료했다.

광진공은 앞으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민족경제개발총공사와 합작으로 평안북도 의주군 덕현광산의 철광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그네사이트.인회석.텅스텐.아연광 등의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북한, 대규모 투자설명회도 개최=북한은 이에 앞서 26일 오후 평양 양각도 호텔 대회의장에서 남측 기업인 150여 명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도 열었다. 북측이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남측 기업인들에게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김춘근 부회장은 "남측이 신뢰를 토대로 구체적인 자원개발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 협력해 제2, 제3의 정촌 흑연 광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기업인들은 김 부회장을 상대로 사업절차 간소화와 조사 정보의 공개 등을 요구했다. 김상봉 광업협회 회장은 "북의 광물자원이 풍부해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사업절차 간소화와 광물 조사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진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360여 종의 광물이 확인됐으며 그중에서 경제성이 있는 유용 광물은 22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잠재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287조원으로 추정돼 남한(95조원)의 24배에 달한다. 그러나 북한은 도로.항만.전력 등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자원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양=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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