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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맛] 맛있는 남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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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장충동할머니집

야경 감상하며 시원하게 한 잔 !

남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 중간에는 매점이 있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솜사탕과 아이스크림은 물론 어른들 추억을 들춰내는 떡볶이와 어묵 꼬치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해발 262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정상까지 오르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이때 가볼 만한 곳이 N서울타워 2층에 있는 '스위트리' (02-3455-9221)다. 이곳은 본디 피자와 파스타가 주메뉴인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런데 생맥주가 알짜 메뉴다. 300㏄ 한잔에 2700원. 취하지 않을 적당한 양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서울 시내 고층 아파트를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뱃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기본 안주로 내놓는 마늘 빵도 바삭하게 잘 구웠다. 요기까지 할 수 있는 안주론 산타페 피자(1만3600원)가 적당하다. 콩과 찹쌀가루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피자 도우로 사용했다. 네모난 모양을 다시 16조각으로 나눠나 먹기에 편리하다. 살사소스가 들어가 매콤한 맛을 낸다. 비스킷같이 바삭바삭 씹는 맛이 있으면서 적당한 포만감도 준다. 차가운 수프인 애플 포타주(3200원)와 오렌지 치킨 샐러드(1만400원)는 상큼한 맛으로 여성이 즐겨 찾는 메뉴. 파스타와 피자는 1만원 안팎이다.

한순자 손칼국수집.

다락방 올라 떡 벌어지게 한 상!

족발집이 몰려 있는 장충동 거리는 밤이 되면 더욱 분주하다.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넥타이부대가 서울의 동서남북에서 몰려오기 때문이다. 60년대 후반부터 2006년 현재까지 반백년 동안 한결같은 풍경이다. 10여 곳 어디를 들어가도 양이 넉넉해 어른 세 명이면 중(2만5000원), 네 명이면 대(3만원)만으로도 소주 몇 병은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은 '원조장충동할머니집'(02-2279-9979)이다. 그 옆에 있는 '뚱뚱이할머니집'(02-2273-5320)도 인기 있다.

장충동에서 앰배서더 호텔 쪽으로 올라가면 한정식집 '전원'(02-2278-3096)이 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만의 비밀수첩에 숨겨두고 싶은 곳"이라고 말한다. 다락방 분위기의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창밖의 온갖 야생화가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음식은 어떤 것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여주인이 새벽시장에 나갔다 좋은 재료가 있으면 사들고 와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뉴판도 없다.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기다리면 눈앞에 제철음식으로 떡 부러지게 차린 밥상이 펼쳐진다. 점심은 1인당 2만원, 저녁은 7만원과 10만원. 토.일요일과 공휴일까지 쉬고 주차장도 없어서 불편하다. 그렇지만 공간이 협소해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이 틀림없다.

일 비노로소.

은은한 촛불 아래 폼나게 한 턱!

남산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남대문시장 안에 '손칼국수 골목'이 숨어 있다. 지하철 회현역 5번 출구에서 나와 시장으로 들어서면서 바로 왼쪽에 있는 곳이다.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붙이고 먹어야 할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다. 칼국수를 시키면 맛보기 비빔냉면이 서비스로 나온다. 단돈 3500원에 칼국수도 먹고 비빔냉면도 맛보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인심으로 시장 상인과 쇼핑객들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 골목 건너편에 있는 '한순자 손칼국수집'(02-777-9188)'은 같은 메뉴를 학생과 직장인들에겐 3000원만 받는 특혜(?)를 준다.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부근 기사식당 사이에 프러포즈 전문카페란 곳이 있다. '촛불1978'(02-755-1777)이란 곳인데 서세원.서정희 부부의 프러포즈 장소로도 유명하다. 오후 8시쯤 모든 실내등을 끄고 촛불만 켜는 '촛불 타임'이 있다. 20분간 계속되는데 이 시간에 연인에게 사랑 고백이나 선물 교환 등을 한다고. 최근 가게 실내를 확장하면서 아늑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게 아쉽다. 돈가스.볶음밥.파스타.스테이크 등의 요리가 있는데 분위기만 맛보려면 7000원짜리 야채돈가스가 적당하다.

남산 순환도로변이나 이태원 쪽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문화원 옆에 있는 '일 비노로소'(02-754-0011). 주차장에서 내려서면 꽃과 나무 사이의 계단으로 이어진다. 정원이 있는 가정집을 개조해 실내가 아늑하고 포근하다. 애인이나 아내와의 특별한 식사를 위해 남성들의 예약전화가 많다고 한다. 수프.파스타.스테이크.커피로 이어지는 런치세트메뉴가 3만5000원.

유지상 기자<yjsa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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