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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멋있는 남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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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서울타워의 글라스 테라스.

남산의 숲은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래서 그런지 남산 주변엔 엄마의 손맛을 담은 음식점이 많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 주변에는 두 손을 쫙 편 크기의 돈가스가 운전기사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장충동엔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돼지족발이 있다. 순환로 주변의 고급 레스토랑에선 촛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연인들은 스테이크에 포도주를 마시며 둘만의 사랑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약수동 쪽에서 바라본 남산의 야경.

남산의 계단길.

N서울타워 전망대의 ‘하늘화장실’

이제 남산은 가족 나들이 명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전혀 손색이 없다.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당당히 내세울 만하다. 나무마다 연두빛 잎이 돋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남산이 가장 청명한 시기다.

차는 집에 놓고 대중교통으로 남산에 온 뒤 걸으며 남산을 즐기자. 추천 코스는 하얏트호텔 길 건너의 남산야외식물원→계단길→남측 순환로→N서울타워다. 만보계를 차고 걸어보면 1만보가량을 걷게 되는 코스다.

하얏트호텔 앞까지는 402번 시내버스로 오면 된다. 지하철 대치역.도곡역.매봉역.양재역.강남역.논현역.신사역.서울역을 경유한다. 하얏트호텔 앞에서 내려 나무 계단을 따라 비탈을 올라가면 곧바로 남산야외식물원이다. 식물원 구경 뒤 이정표가 안내하는 대로 서울타워로 올라가는 계단에 접어든다. 계단길은 이내 남측 순환로로 이어진다. 순환버스가 다니는 길과 보행자 길이 구분돼 있으니 조심할 것.

남산 나들이의 핵심은 놀랄 정도로 바뀐 N서울타워 구경이다. 타워 내부 곳곳을 돌아보고 나오면 만보계에 찍힌 숫자는 1만 남짓할 것이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방법은 체력에 따라 고르면 된다. 다리 힘이 제법 빠졌다면 남산 순환버스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다. 아니면 남산 정상 팔각정 쪽에서 계단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간다. 남산식물원을 지나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진다. 계단길 대신 순환로로 가면 거리는 더 길지만 걷기에는 훨씬 수월하다.

이맘때가 최고 - 야외식물원

남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이다. 1994년까지 외인 아파트 50동이 이 자리에 들어서 있었다. 남산도서관 쪽에 있는, 온실 형태의 남산식물원과는 별개의 식물원이니 혼동하지 말 것.

야외식물원 내에서 가장 먼저 가볼 곳은 남산전시관. 남산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일제시대에 현재의 숭의여대 일대에 일본인 집단 거류지가 조성됐다는 사실, 64년에 남산도서관, 70년에 남산식물원이 생겼고, 남산에 있던 안기부가 95년 현재의 국가정보원 자리로 옮겨갔다는 등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식물원은 연중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공원 곳곳에서 철쭉이 당장이라도 꽃봉오리를 벌릴 듯하다.

식물원 동편의 야생화공원에선 분홍색 금낭화를 시작으로 각종 야생화가 피어나고 있다. 공원 산책로 옆의 박태기나무는 자줏빛 꽃이 매혹적이며 그늘에선 종지나물 흰꽃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입장료 없음. 02-753-2563

몰라보게 달라졌네 - N서울타워

솔직히 남산 정상 주변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곳은 어수선했고 촌스러웠다. 서울 구경 온 할아버지.할머니들 말고는 찾는 이도 별로 없었다. 외국인에게 가보라고 추천하기도 민망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타워를 10년간 임차한 CJ가 150억원을 들여 지난해 겨울 리노베이션을 한 결과다. 우선 타워 밑 광장 부분이 깔끔해졌다. 원목으로 넓직하게 데크를 깔아 시원스럽고 쾌적하다.

타워 로비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미디어존. 등받이가 한참 뒤로 기울어져 있는 의자에 누운 듯이 앉아 영화 예고편이나 뮤직 비디오 등을 무료로 감상하는 곳이다.

로비 내 전시관은 자연 조형놀이 체험관 '숲속 놀이터'(www.바투.net)를 구경하러온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흙과 물을 만지며 노는 곳이다. 코엑스 내에서도 운영된 적이 있는데 N타워 리노베이션 이후 이 자리로 옮겨왔다. 입장료는 2만원인데, 전망대 입장권이 있는 사람은 15% 할인받는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전망대 입장권이 있어야 한다. 전망대 입장료는 어른 7000원, 청소년 5000원, 초등학생 3000원, 만 4세 이상 미취학 어린이 3000원이다.

N서울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보다 타워 내부가 더 훌륭한 구경거리다. 우선 T3층의 전망대. 타워 주위 360도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통유리에는 방향별로 전세계 주요 도시 이름이 적혀 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이 특히 반가워한다.

T2층으로 한 층을 내려가면 통유리 바로 앞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스카이 카페다. 저녁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리고 이곳에서 빠뜨려선 안 되는 곳이 '하늘 화장실'. 남자화장실의 경우 소변기가 붙어 있는 벽면이 통유리다. 청와대를 내려다보며 '볼일'을 볼 수 있다.

저녁 때 N서울타워에선 조명 쇼가 펼쳐진다. 오후 5시30분에 백색으로 탑신에 불을 켠 뒤 6시부터 11시까지 매시 정각부터 5분간 꽃 피는 모습을 탑신에 연출한다. 02-3455-9277.

다같이 돌자, 남산 한 바퀴 - 순환버스

지난해부터 남측 순환로(국립극장→N서울타워→남산도서관 3.1㎞)에 관광버스를 제외하고는 일반 자동차.택시 등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대신 생겨난 것이 남산 순환버스다.

순환버스 운행 구간은 충무로역→동대입구역→국립극장→N서울타워→남산도서관→케이블카 탑승장→애니메이션센터→충무로역까지 8.6㎞다. 요금은 550원인데 버스카드로는 500원만 빠져나간다. 대중교통으로 남산에 도착해 곧바로 순환버스를 타면 환승 할인을 받기 때문에 순환버스 요금을 안 내도 된다. 순환버스에서 내렸다가 30분 이내에 다시 순환버스를 타도 요금을 추가로 내지 않는다.

호텔에서 즐기는 우아한 하룻밤

남산 지역의 특급 호텔을 이용하면 1박2일 남산 나들이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다.

하얏트호텔의 경우 1박과 파리스 그릴의 브런치를 포함한 '토요 브런치 패키지'를 22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입실에 한한다. 02-799-8888. 힐튼 호텔의 봄 패키지는 17만9000원. 패키지 이용객은 7000원만 내면 오후 6시부터 8시30분까지 와인과 수프.샐러드.치즈를 무제한 먹을 수 있다. 02-317-3000. 신라호텔이 5월부터 판매하는 봄 패키지는 주중 22만원, 주말 20만원이다. 아기 인형을 선물로 준다. 02-2230-3310. 각각 세금.봉사료 별도.

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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