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골든타임 놓친 환자, 12시간내 혈관 뚫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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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환자 사진(왼쪽)과 뇌경색 환자 사진(오른쪽).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뇌출혈 환자 사진(왼쪽)과 뇌경색 환자 사진(오른쪽).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뇌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뇌세포가 죽는 질환, 뇌경색에 걸린 환자는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중요하다. 뇌가 ‘질식사’하기 전에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주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시점부터 분당 약 100만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이를 치료하는 '골든타임'은 대개 6시간 이내로 본다. 약물로 뇌혈관을 막은 피딱지(혈전)를 녹이는 치료는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관을 삽입해 물리적으로 피딱지를 없애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치료는 6시간 안에 시행해야 한다. 해당 시간을 넘어서 병원을 찾으면 안정성이나 효과 문제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골든타임 6시간을 놓쳤어도 혈관을 다시 뚫는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에서 아직 죽지 않은 뇌세포가 많은 것으로 나오면 증상 발생 후 12시간까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2일 공개했다. 2011년 1월~2016년 9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경색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111명(발병 후 6~12시간 병원 도착)을 비교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은 MRI 검사를 통해 뇌 혈류가 감소해서 뇌 기능이 일시 정지한 부분과 이미 뇌경색이 진행돼 뇌세포가 사망한 부분을 나눴다. 그 결과 뇌세포가 죽지 않고 일시 정지한 부분이 80% 이상 많은 환자가 60명 나왔다. 이들에게 혈관을 뚫는 치료를 진행했더니 42%에서 합병증이 감소하는 등 치료 효과를 거뒀다.

뇌졸중 환자의 혈관 재개통 치료 여부에 따른 일상생활 의존도 평가. 0~6점 중에서 0점에 가까울수록 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 환자의 혈관 재개통 치료 여부에 따른 일상생활 의존도 평가. 0~6점 중에서 0점에 가까울수록 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한다.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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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의 치료 3개월 후 일상생활 의존도 평가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이어졌다. 중증도에 따라 0~6점을 나누는 평가 등급 가운데 아무런 증상이 없는 ‘0점’ 비율은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가 16.7%, 미치료 환자 2%로 8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0점에 가까울수록 후유증이 없다는 의미다.

김범준 교수는 "골든타임이 지나도 죽기 전 단계의 뇌세포가 많이 남아있다면 혈관 재개통 치료에 나서야 한다. 다만 뇌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경학ㆍ재활의학 등 검사 결과를 다학제적으로 볼 수 있는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 학술지 ‘뇌혈관질환’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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