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여당의 국가정보원 개혁안 윤곽이 드러났다.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내정치 관여 금지를 명문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수사권이 필요하다"며 볼멘 소리다. 한나라당도 수사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논란이 불가피하다.

열린우리당 임종인.최재천.정의용 의원은 26일 국회 정보위 '국정원 개혁소위원회'에 국정원 개혁방안을 냈다. 국정원법 제3조에 따른 내란.외환.반란 범죄와 국가보안법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권한을 없애는 게 골자다. 이른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임종인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이 많았고, 위헌 소지도 있다"며 "수사는 경찰과 검찰에 맡기고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며 개혁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정원 탈권력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혁안에는 국내정치 관여 금지를 명문화하기 위해 '정치활동 관여를 위한 정보수집 금지' 조항을 국정원법에 넣는 방안이 포함됐다. 도청 등의 불법 활동과 정치사찰에 대한 차단책이다.

국정원장이 국회에서의 답변과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요건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국회 정보위원장과 간사에게는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정부부처 간 정보.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은 현행대로 인정하되 타 부처 정책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의용 의원은 "국내정보 분야와 해외정보 분야로 정보기관을 분리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소위는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가 제출한 개혁방안을 논의해 6월 임시국회에 단일안을 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 간의 시각차가 크고 국정원 반발도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수사권은 유지하되 수사착수 즉시 관할 지검장에게 보고토록 하는 등의 검찰지휘권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정 의원이 낸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을 정보.운용.과학기술 분야로 재편하되 국내 보안 정보수집은 현행대로 보장하는 방향이다.

반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방안에는 수사권 폐지.국내 보안 정보 수집 폐지가 들어 있다. 노 의원은 "국정원 조직 중 국내와 대북 파트를 없애고 해외 파트만 남겨 명칭도 '해외 정보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방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김승규 국정원장이 27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