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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6000억원이면 현대차그룹 인수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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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6000억원이면 현대차 그룹을 인수할 수 있다?'

현대차 비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몽구 회장을 사법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대차 그룹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비자금 사건이 현대차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적대적 M&A 시도와 포스코의 사례처럼 현재 취약해진 현대차는 적대적 M&A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주요 계열사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중 한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 현대차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검찰 수사 직전인 지난 3월 24일 46.42%에서 이달 24일 현재 46.62%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46.62%에서 49.28%로 증가했다. 한국증권 서성문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차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도 25% 정도"라며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협력해 현대차 지분을 매입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5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18조7000억원. 따라서 5조60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지분 30%를 인수하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레디스위스(CS) 증권은 현대차 그룹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고 분석했다. CS증권은 "현대차그룹은 ^각 계열사에 대해 35 ̄45%의 지분이 묶여 있으며 ^자동차 기업은 전형적인 적대적 M&A 타깃이 아닌데다 ^원화 절상 속에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차는 1분기 4%로 추정되는 영업이익률을 바닥으로 2분기 이후부터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견고한 순환출자 구조와 높은 내부지분율 덕에 적대적 M&A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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