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목사·보수 목사 손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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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교회 역시 그 갈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왔다. 1942년생(64세) 동갑내기인 두 목사가 그 갈등의 극복을 시도했다. 보수신학자로 살아온 김남식(사진(左)) 목사와 진보운동가로 활동한 김동완(右) 목사. 각기 한국 교회의 보수, 진보를 대변하며 다른 길을 걸어왔던 이들이 21세기 탈이념의 시대에 손을 잡았다.

'사회 구원'과 '개인 복음화'로 갈라진 한국 교회의 지난 40년. 두 목사가 그 세월을 허심탄회하게 되돌아보며 화해와 일치를 모색한 대화가'40년의 벽을 넘어'(대한기독교서회)란 책으로 나왔다. 책은 한국 교회사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교회 이야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유신을 지지하고, 다른 한 사람은 유신에 저항했던 70년대 얘기와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통일운동까지 함께 거론했다. 교회가 현대사의 굴곡을 어떻게 헤쳐나왔는지를 두 가지 시각에서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이들은 대화의 문을 열면서 "나와 다르다고 모두 틀린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진정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책 속엔 교회 관계자들의 민주화운동 관련 성명서, 법원 판결문 등이 길게 수록돼 있다. 김동완 목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남식 목사가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기 위해"라고 주장해 넣었다.

김동완 목사는 "한국 교회의 양극에 서있던 우리가 이제 샬롬(하나님의 평화)을 체험한다"고 밝혔고, 김남식 목사는 "우리가 달려온 길은 다른데 귀착점은 같아졌다. 이제 벽을 헐고 칼과 창을 보습으로 만들어 묵은 땅을 갈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속깊은 대화 자리는 김남식 목사의 암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마련됐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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