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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본선 진출팀 '0'... 캐릭터있는 축구로 뒤집은 서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자책골에 환호하는 이란 선수들. [EPA=연합뉴스]

1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자책골에 환호하는 이란 선수들. [EPA=연합뉴스]

아시아 축구는 크게 동아시아, 서아시아로 나뉜다. 한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서아시아는 아시아 축구의 양 축을 맡아왔다.

그동안 월드컵 본선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던 서아시아 축구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결과와 내용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록 16강 진출을 이루진 못했지만, 20년 넘게 거두지 못했던 1승과 나름대로의 캐릭터있는 축구를 펼치고 러시아 대회를 마쳤다.

이란은 26일 열린 대회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포르투갈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승리를 거두면 16강 진출을 할 수 있었던 이란은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후반 추가 시간 카림 안사리파드의 동점골로 승점 1점을 얻는데만 만족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스페인전에 이어 포르투갈전까지 유럽을 대표하는 두 강호들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선전했다. 모로코와 1차전을 1-0으로 승리하는 등 1승1무1패(승점 4)를 거둔 건 이란이 1998년 프랑스 대회(1승2패) 때보다 더 나은 성적이다. 이란에 1-0으로 힘겹게 이겼던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은 "이란과의 경기는 어려웠다"며 이란의 경기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이집트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타스=연합뉴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이집트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타스=연합뉴스]

1차전 러시아전(0-5 패), 2차전 우루과이전(0-1 패)을 모두 무득점 전패를 당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3차전 이집트전에서 반전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두 경기 모두 별다른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를 앞세운 이집트를 맞아 막판에 뒤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살렘 알 도사리의 역전 결승골로 2-1로 승리했다.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 경기 승리였다. 경기를 밀리고 있으면 후반 들어 포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를 상대로 내용적인 면에서도 과거와는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동료의 축하를 받는 이란의 카림 안사리파드(10번). [AP=연합뉴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동료의 축하를 받는 이란의 카림 안사리파드(10번). [AP=연합뉴스]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 티켓이 2장 이상 걸린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서아시아와 동아시아는 본선에서도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펼쳐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 16강에 진출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선 이란이 1승을 거둬 선전했다. 그러나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에서 한국이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인 4강에 오르고,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면서 판세가 급격히 동아시아로 기울어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땐 한국과 일본, 북한 등 동아시아 3개 팀이 본선에 오른 반면 서아시아에선 아무도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 대회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이 된 호주가 나머지 한 장 본선 티켓을 가져갔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 이집트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타스=연합뉴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 이집트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타스=연합뉴스]

2014년 브라질 대회 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아시아 축구는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비교적 약진하는 결과를 냈다. 그중 이란은 짜임새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한 일명 '늪 축구'로 경쟁력을 과시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최종전에서 의미있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모로코(1무2패), 튀니지(2패), 이집트(3패) 등 문화, 환경적으로 비슷한 북아프리카와도 다른 결과를 낸 서아시아의 약진은 아시아 축구 경쟁에도 향후 판도를 흥미롭게 전망하게 만들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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