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산 원유 67달러 … 끝없는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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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에 주름을 안겨주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 1,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 때와 비교하면 배럴당 70~80달러대 수준까지는 견딜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상승세 계속될 듯=우리나라에 주로 도입되는 두바이산 원유 가격이 24일 배럴당 67.48달러로 올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여덟 차례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의 올해 연 평균 가격도 59.13달러로 60달러대에 육박하면서 정부의 전망치(54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두바이유가 올 하반기 평균 68~71달러까지 치솟아 연 평균 64~67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4.69달러가 하락한 배럴당 69.16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이란 등 중동정세 불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오름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 2차 오일쇼크 때와 비교하면=최근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970, 80년대 당시 1, 2차 오일쇼크 때보다 작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배럴당 42.25달러(1980.11.24)까지 치솟았던 유가를 현재의 물가 수준으로 환산해 보면 89.89달러에 달하지만 현재의 실질 유가가 당시(1980년 연평균 75.4달러)의 80~90% 수준이어서 아직 견딜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 부문의 석유 의존도도 80년 9.3%에서 2000년 이후 5%대 이하로 낮아진 데다 국내 석유 비축량도 111일치에 달해 원유 수급의 차질에 따른 완충작용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도 당시와 달라진 점이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우리의 주력 산업이 원유 소비가 적은 하이테크.서비스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어 고유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파트장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대 중반을 넘어서면 기업 이익이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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