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구인·채용 모두 줄었다 …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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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8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8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파주에서 24년째 가구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김시환(55·가명) 대표는 지난해부터 아예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힘들어도 해마다 2~3명씩 직원을 늘려왔지만, 최근엔 결원이 생길 때 보강만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규 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망설여진다고 한다.

상반기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구인·채용 각각 1.9%, 1.7% 감소 #최저임금 영향 큰 직종서 더 줄어

김 대표는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올해 수준(16.4%)으로 올리면 고용 확대는커녕 진짜 감축에 들어가야 할 판”이라며 “어차피 젊은 직원들은 올 생각이 없고, 부족한 노동력은 외국인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업의 구인과 채용이 함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구인과 채용이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관측된 1분기 취업자 증가율 둔화와 유사한 흐름이다.

고용노동부가 25일 2018년 상반기(4월 기준)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인력 충원, 부족 현황 및 채용 계획 등이 포함된 조사다. 이에 따르면 1분기 구인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1만7000명(1.9%) 줄어든 83만4000명에 그쳤다. 실제 채용 인원도 74만4000명으로 1.7% 감소했다.

구인 인원은 조사 기간에 기업이 대외적으로 모집한 인원이다. 채용 인원은 구인 인원 중 채용이 확정됐거나 채용된 사람을 말한다. 뽑겠다는 사람과 실제 뽑은 사람 모두 감소한 것으로 기업의 채용 여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직종별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음식 서비스 관련직의 구인 인원과 채용 인원이 각각 7.9%, 9.8% 줄어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컸다. 조리사와 주방보조원, 배달원 등이 포함된 직종이다. 계약직 근로자가 많은 문화·예술·디자인·방송관련직과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건설 관련직도 각각 16.7%, 9.0%씩 채용 인원이 감소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기존 근로자에겐 좋을지 몰라도 고용을 줄여 신규 근로자의 진입을 차단한다”며 “작은 경영 변수에도 흔들리는 중소기업이나 뿌리 산업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채용 여력은 더 떨어졌다.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중소기업)의 구인 인원은 6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17만4000명으로 3.4% 늘었다. 실제 채용한 인원도 차이가 있었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57만9000명(전체의 77.8%)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으나 300인 이상은 2.9% 증가했다.

직종별로는 운전 및 운송 관련직(31.6%), 식품가공 관련직(24.2%), 재료 관련직(21.1%), 화학 관련직(19.7%) 순으로 미충원율이 높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구인난의 이유도 달랐다. 4200개 업체에 미충원 사유를 물었더니 중소기업에선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3.8%),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16.5%) 등의 답변이 많았다. 반면 대기업은 ‘다른 사업체와의 격심한 인력유치경쟁 때문’(23.5%),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22.9%) 순이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인력 미스매치는 그 원인이 매우 복잡하고, 구조적”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학 연계를 고등학교 단위에서 활성화하는 교육 체계 개편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말했다.

올 2~3분기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은 31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00명(2.1%) 증가했다. 경영·회계·사무 관련직(4만2000명), 운전 및 운송 관련직(4만명), 환경·인쇄·목재·가구·공예 및 생산단순직(2만6000명) 순으로 채용 계획 인원이 많았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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