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6개국 머리 맞댔지만 ... "난민 답 안 나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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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인 ‘SOS 지중해’ 소속 대원들이 아기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인 ‘SOS 지중해’ 소속 대원들이 아기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 정상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답을 찾는 데 실패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너무도 다른 탓이다.

가디언 등 외신은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소속 16개국 지도자들이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난민 문제를 논의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EU 소속 국가 정상들은 지난해 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난민 문제 방안을 마련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공식 정상회의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회의를 주도한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난민 수용 정책으로 독일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에 부닥쳤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아냥마저 듣고 있지만 그는 담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난민들이 처음 도착하는 국가들에 이 문제를 떠넘길 수 없다”며 유럽의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또 “우리는 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회의에서 견해 차가 있었음에도 진전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난민들이 망명신청국을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EU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EU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낸 곳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온 난민이 맨 먼저 발을 딛는 곳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 인접 국가였다.
이들은 특히 ‘EU에 들어온 난민은 제일 처음 도착한 회원국에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의 ‘더블린 규칙’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국가만 지나친 부담을 진다는 얘기다.

특히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출범한 우파 주세프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 문제는 구조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난민들이 거쳐 가는 지역인 터키와 리비아 등에 난민보호센터를 설립해 망명 신청 등을 받고 EU 국경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선을 거부하는 등 점점 난민에 강경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가디언은 “콘테 총리는 모든 EU 회원국들이 바다에서 구조된 난민들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며 그의 입장을 비중 있게 전달했다.

역시 지중해에 인접한 국가인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회의는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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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는 난민 수용에 가장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동유럽 4개국인 폴란드ㆍ헝가리ㆍ체코ㆍ슬로바키아가 불참한 탓도 있다.

극우 정권이 집권한 헝가리에선 최근 난민을 도와주면 처벌하는 ‘반난민법’을 통과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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