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시진핑, 김정은에 북·미 회담서 종전선언 보류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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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종전선언에는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 그러니 북·미 정상회담에선 종전선언을 보류해달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도쿄신문 "지난달 다롄서 의견 전달…중국 영향력 약화 우려"

신문은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기사에서 “시 주석이 당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종전선언에는 북한과 함께 참전한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북·미 정상끼리 종전을 선언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여러 차례 북한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으며, 이는 북·미 사이에서만 한반도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 이뤄질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시 주석은 또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한·미 군사훈련 중지를 미국에 요청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당초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종전선언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양보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았다”며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보류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의 의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또 이런 상황에 대해 “미·중 양국이 북한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구도가 재차 부각됐다”며 “복잡하게 얽힌 주변국의 기대가 비핵화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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