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에 장기 손상ㆍ사망에 이르는 '열사병' 예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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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발 아래 뜨꺼워진 아스팔트 열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ㆍ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7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발 아래 뜨꺼워진 아스팔트 열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4일 서울에 올 들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5주간 110명의 열사병ㆍ열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온열질환은 극심한 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열사병은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체온의 범위보다 더욱 많은 열을 받게 되면 발병한다. 생리적 방어기능이 무너지면서 체온이 치솟고, 신체조직이 파괴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우리 몸은 고온에 노출 되면 체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체내 조직의 손상, 효소의 변성을 막기 위해 땀을 흘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무더위와 함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되거나 과도한 신체활동을 하면 몸 스스로 열을 내보내지 못하면서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대구시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 설치된 달걀프라이, 녹아내린 라바콘 조형물. [연합뉴스]

대구시 중구 계산동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에 설치된 달걀프라이, 녹아내린 라바콘 조형물. [연합뉴스]

여름철 햇볕에 오래 서 있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은 더위로 인한 열탈진이 발생하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무더위에 힘들어진 인체 순환기능이 뇌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생긴다. 대부분 그늘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면 곧 회복된다.

그러나 열사병은 다르다. 고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열사병은 체온조절중추 자체가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40도 이상 체온이 올라가는 데도 땀을 흘리지 않고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의식장애, 쇼크 등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라며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고열로 인해 세포가 파괴되고 뇌와 간, 심장, 신장 등 직접적으로 장기를 손상시키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면역력이 약하고, 더위에 취약한 어린이ㆍ노약자ㆍ만성질환자는 열사병에 걸리기도 쉬워 특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도 운동 등 야외활동을 하거나 무덥고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일을 하는 경우 평소보다 자주 서늘한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가능하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만약 더위로 인해 현기증이나 두통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열사병 환자가 발견되면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응급처치를 하면서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긴다.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로 옮기고, 옷을 풀어주고 환자의 몸에 미지근한 물을 분무기 등으로 뿜으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을 사용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것이 좋다. 필요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알코올 스폰지로 몸을 닦는 것은 많은 양의 알코올이 확장된 피부 혈관을 통해 흡수되어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무더운 날씨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실내온도는 실외온도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실내환경을 자주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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