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면 수사지휘 확대…내부 지휘 투명성·책임성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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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된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상급자의 수사지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서면 수사지휘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정부가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한 데 따라 경찰 내부 수사지휘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다.

경찰청은 '서면 수사지휘 원칙 실효적 이행방안'을 마련해 25일부터 2개월간 본청과 대전·울산·경기북부·전남 등 4개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서 43곳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 서면으로 지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은 지휘자에게는 징계 책임도 묻는다.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에는 서면 수사지휘 원칙이 이미 존재한다. 하지만 전화 또는 구두로 지휘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경찰청이 지난해 전국 수사부서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서면 수사지휘 규정이 일선에서 잘 지켜지는가'라는 물음에 46.8%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구두나 전화로 수사 지휘를 할 경우 상급자가 청탁 등을 받고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지휘자와 경찰관 간 이견이 있어 경찰관이 서면 지휘를 요청한 사항'도 지휘 기록을 남기도록 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경찰은 서면 수사지휘 대상에 '범죄 인지'와 '법원 허가에 의한 통신수사'도 추가하기로 했다. 범죄를 인지해 정식 입건하거나 통신감청·위치추적·통화내역 확인 등을 할 때 서면 지휘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체포·구속,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검증, 송치 의견, 사건 이송에 관한 사항만 서면 수사지휘 대상으로 명시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더 많은 수사 자율성을 주는 수사구조개혁 과정에서 수사 현장에 서면 수사지휘 원칙을 안착시켜 경찰 수사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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