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상식시험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명함의 어느 부분을 쥐어야 하나?''용의자라는 말을 쓸 수 있는 단계는?'

요즘 일본에선 이 같은 상식 테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당초 이런 시험은 "내 상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 차원을 넘어 기업들이 사원 교육에도 적용하고 있다. 일부 대학과 고등학교에서는 교양과목에 도입해 학과시험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상식 열풍을 몰고 온 것은 책이었다. '당신의 상식 수준을 10배로 높이는 책' '이력서에도 올릴 수 있는 상식 검정 급수' 등 몇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새삼스럽게 남에게 물어볼 수 없는 일본어' '새삼스럽게 남에게 물어볼 수 없는 인간관계' 등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엔 국제관계.증시분석.세금 같은 전문분야에서도 '새삼스럽게~'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상식검정협회는 2001년부터 한해 두 차례씩 상식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어와 매너''사회생활과 금전' 등 6개 분야에서 출제된 사지선다형 100문제를 90분 안에 풀어야 한다. 3급은 가정과 일상생활의 상식을 중심으로 출제되며, 1급은 국제문제 등 전문분야의 지식까지 요구한다. 3급 합격률은 70%, 2급은 50%, 1급은 10% 미만이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에서만 실시되고 있는데 지난해 응시자는 1만2000명이었다. 1급 합격증은 높은 취업장벽을 뚫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의 '마쓰야'빠찡꼬회사는 직원들에게 접객 매너를 가르치기 위해 최근 상식검정협회의 3급 시험을 도입했다. 오사카의 마쓰시타전기도 사원들에게 상식 검정시험을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요코하마의 세이후(淸風)고교는 이달부터 2학년생을 대상으로 상식 수업을 도입했고, 도쿄의 다이쇼(大正)대학은 최근 '상식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교양강좌를 개설했다. 이 대학은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상식 검정시험을 봤다는 것 자체에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교양있는 사회인으로 활동하려면 이 정도의 상식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상식을 늘리는 비법은 뭘까. 일본상식검정협회의 스즈키 히로마사(鈴木博正) 사무국장은 "신문"이라고 했다. 그는 "신문에 실리는 다양한 뉴스와 정보, 그리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상식이 부쩍부쩍 는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