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출혈경쟁으로 고객들은 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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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는 올리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춰라.'

은행권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출혈 경쟁 바람이 불면서 고객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몸집 불리기에 밀린 은행들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내부 정비에 치중했던 외국계 은행과 국책은행들도 고객 기반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금 금리 상승=하나은행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최고 5.3%까지 금리를 지급하는 월드컵 특판예금 2호를 24일부터 4조원의 한도가 소진될 때까지 판매한다. 시중은행들이 자금 수급의 필요에 따라 진행하는 특판예금이 많아야 1조원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최고 금리인 연 5.3%는 1억원 이상 3년 기간으로 가입한 고객에게만 적용하지만 1년 기간으로 1억원 이상 예치할 경우 5.0%, 1000만원 이상일 경우 4.8%의 이자를 준다. 5000만원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1년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에는 5.2% 금리가 적용된다.

한국씨티은행은 22일부터 이달말까지 홍콩 항셍지수에 연동해 최고 연 20.1%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항셍지수 연동예금 2호를 판매한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CD를 구입하면 5.2% 확정금리가 제공되며 정기예금은 연 5.0% 확정금리가 제공된다.

산업은행도 뉴 CI(기업이미지통합) 도입기념으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5.0%의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을 6월20일까지 판매한다. 이 상품의 장점은 중간에 돈이 필요할 경우 분할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잔액이 1000만원만 넘으면 만기시까지 모두 네 번 분할 인출할 수 있고, 잔액에 대해서는 5.0%의 이자를 보장해준다. 기업은행(2년만기)과 대구은행도 5.0%의 이자를 주는 특판 상품을 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하락=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줄 때 기준금리인 CD 금리가 오르는데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내려갈 만큼 대출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최저금리 기준)는 지난해 12월 말 5.48%에서 3월 초 5.17%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는 4.97%로 더욱 낮아졌다. 이 기간 중 CD금리는 4.09%에서 4.28%로 올라갔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도 비슷한 금리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수익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대폭 낮추고 있기 때문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CD금리에 1.8~2.3% 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0.5~0.9%포인트까지 내려갔다.

집없는 무주택 세입자를 대상으로 대출해주는 서비스도 경쟁이 치열하다. 85㎡이하 주택에 세들어있는 연 3000만원 이하 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국민주택기금대출 외에 은행별로 특성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24일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의 아파트 전세 세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 우리홈론을 출시했다. 전세계약서 80%까지 최장 6년까지 신용으로 대출해 주며 대출금리는 최저 연 5.97%로, 주택담보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 이밖에 솔로몬저축은행.GE머니 등 제2금융권에서도 전세 세입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상품을 팔고 있다.

김동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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