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아우디 제3동맹 ‘수소차 삼국지’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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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이 제조사간 동맹을 통해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기술 가장 앞선 현대차 파트너 확보 #아우디와 특허·핵심부품 공유키로 #정의선 “시장 활성화 전환점 될 것” #도요타·BMW, 혼다·GM동맹과 경쟁

현대자동차는 20일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자동차 회사와 5위 회사가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2016년 생산 대수 세계 2위, 현대차그룹은 2위를 기록했다. 해당 협약은 기아차와 폴크스바겐 등 양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효력을 미친다.

두 회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현재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출원할 예정인 다수의 특허 및 주요 부품 등을 공유(Cross License)하게 된다. 또한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향후 기술 협업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차는 글로벌 업계에서 수소전기차 개발에 가장 앞장선 회사다. 관련 기술 역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2015년엔 수소전기차 최초로 미국 조사기관 워즈오토(WardsAuto)에서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2025년까지 80종의 친환경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폴크스바겐 역시 한 축이 될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개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h-트론 콰트로’를 선보인 바 있고, 2020년 수소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우디는 폴크스바겐 그룹 내 수소전기차 관련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고민을 안고 있다. 현대차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여 왔지만, 막상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도 수소전기차 시장의 확장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또한 아우디는 현대차나 도요타·혼다 등 발 빠르게 수소전기차 기술에 투자한 회사들에 비해 움직임이 더뎠다. 이번 협약은 이 같은 두 회사의 고민과 전략적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됐다. 현대차는 아우디와 동맹을 통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수익성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아우디 입장에선 수소차 양산 모델 개발과 관련 기술 확보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연구소에 전시된 수소차 투싼의 모습

현대차연구소에 전시된 수소차 투싼의 모습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는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와 에너지 수급 불안, 자원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아우디와 협약이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수소 연관 산업 발전을 통한 혁신적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동맹 결성은 수소전기차 시장 전체 구도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소전기차 개발과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와 도요타·혼다 등이다. 현대차를 제외한 두 곳은 이미 ‘수소전기차 동맹’을 구축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도요타는 BMW와 동맹을 맺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혼다는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대차·아우디 동맹이라는 강력한 연합세력이 이번 협약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소차 삼국시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번에 현대차가 아우디와 먼저 협약을 맺으면서 확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FAC)도 이 동맹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FCA 측은 지난해 수소전기차 개발에 현대차와 협력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고, 현대차 측도 여러 가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협약에서 현대모비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수소전기차 ‘넥쏘’에 연료전지 모듈과 배터리 시스템 등 8종의 수소전기차 전용 핵심부품과 친환경차 공용부품을 공급 중이다. 또한 친환경차 부품 공장인 충주공장 옆에 1만3000㎡ 규모의 수소전기차 부품 전용공장을 증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공유가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인 만큼,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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