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용부, 경총 건의 수용해 근로시간 단축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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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관련해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줄 것을 어제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 단속과 처벌 위주 정책보다는 기업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일이 몰릴 때는 주 52시간 이상 일하되, 일이 없는 기간에 초과 노동한 시간만큼 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늘려 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경총의 건의는 합리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과 근로자에게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사안이지만 기업도, 근로자도 혼란스럽다. 고용부는 뒤늦게 각계 목소리를 듣는다며 10개소의 ‘현장노동청’을 세운다지만 부작용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회사 워크숍이나 고객과의 휴일 접대골프가 근로시간인지, 흡연이나 식사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 대상인지 여전히 헷갈리고 있다. 모든 상황을 정부 지침으로 정리할 수 없으니 노사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건 정부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도 정답을 모르면서 단속과 처벌에 나서는 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주 52시간 근로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자칫하면 무엇이 죄가 되는 줄도 모르면서 범죄자만 양산될 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법을 못 지키는 사업자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날 우려가 크다. 아무리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어도 현장과 겉도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고 후유증만 남긴다. 근로시간 단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법 적용이 힘든 구체적인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와 사업자, 근로자 모두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만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정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