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생활기록부 내용 정정해달라" 소송 낸 고교생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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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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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가 작성한 학생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정정해 달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한 고등학생이 법원에서 패소했다.

춘천지법 행정 1부(부장 성지호)는 A양이 해당 학교장을 상대로 낸 '생활기록부 정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도내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은 담임교사가 기재한 학생생활기록부 중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의 일부 내용에 불만을 가졌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은 모두 5∼6줄로, 학업 성취도나 발표력이 높다는 장점과 함께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서술됐다.

A양 부모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표현한 부분 등을 정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 학교 측은 "A양의 단점만 기술된 것이 아니라 장점도 기술하는 등 전반적으로 잘 파악해 기술했다"며 "담임교사의 직무와 관련한 정당한 권한 행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정을 거부했다.

그러자 A양은 해당 학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양 측은 "담임교사가 제시한 근거 사실은 허위이거나 부풀려진 것이고 단순 평가만 기재됐다"며 "기재 가능한 최대 입력 가능 글자 수가 1000자임에도 불과 5∼6줄에 불과하고,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교사와 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른 학생도 단점을 기재한 점 등으로 볼 때 A양만 악의적으로 단점을 기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000자에 맞춰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지나치게 불성실하게 작성됐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담임교사가 1년간 학생을 지도·관찰한 사항을 작성한 것으로 허위 사실이나 악의적 평가 내용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대학입시의 불이익을 우려로 무분별한 정정을 허용한다면 담임교사가 학생의 단점을 소신껏 기재하지 못해 신뢰도와 판단자료의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행정소송을 통해 생활기록부 정정을 요구한 사례는 강원도 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송은 원고인 해당 학생 측이 항소하지 않아 1심이 최종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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