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트럼프, 김정은 표현 그대로 쓴 듯…방어적 한·미 훈련 입장 변화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과 관련 “북한의 불법적인 핵ㆍ미사일 개발 활동과 도발에 대응해서 하는 방어적·합법적 훈련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한 치의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은 강 장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 브리핑에서 “한ㆍ미 군사당국 사이에 앞으로 이 훈련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긴밀히 조율하고 있고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 훈련을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선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마치고 나온 과정에서 아마 김 위원장이 쓴 단어를 그냥 그대로 쓴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내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내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강 장관은 이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북ㆍ미 정상 간 핫라인 통화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답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들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과 마주 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의지는 굉장히 (북·미 협상을) 속도감 있게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알렸다.

강 장관은 종전선언에 대해선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돼 있지만 올해 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적이고,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초입에 종전선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했고, 이를 통해서 미국 측의 의지도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시기나 형식에 있어서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간 동안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 기대감도 밝혔다. 강 장관은 “새로이 조성된 남북 관계의 그런 어떤 모멘텀이 (있고), 우리 정상께서 두 번이나 만나셨는데, 외교장관 사이에 한 장소에 있으면서 만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북핵 폐기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역할을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강 장관은 “목표점은 북한의 핵무기·물질·시설·계획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모든 면의 폐기로, 그 과정에서 사찰과 검증이 분명히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는 앞으로 계속되는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에서 계속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담은 북·미 간, 또는 남북 간, 여건이 되면 남·북·미 3자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대북 제재 해제를 놓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제재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한·미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