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늘어난 가계 부채 … 금리 인상 쓰나미 견딜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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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월 말 한국의 가계 빚은 1468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730조원)의 85%까지 차올랐다. 정부의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범운용에 힘입어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계부채는 가계소득보다 거의 두 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가계 빚은 이미 절대 수준이 위험 수위를 넘나든 지 오래다.

정부의 가계 빚 위험관리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세자금 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자금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는 대출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원금이 제외되기 때문에 다른 가계대출에 비해 은행이 위험관리를 게을리할 유인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이 전세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를 인하하며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의 77%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빚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고 가계의 빚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대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연내 대출금리가 5%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시장금리 상승, 시장 변동성 증가 등으로 가계부채가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소득마저 쪼그라든 저소득 계층이 금리 인상의 충격파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된다. 금융감독 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