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위에 VAR … 월드컵 승부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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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프랑스-호주전 도중 쿠냐 주심이 VAR을 통해 호주의 반칙 상황을 재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호주전 도중 쿠냐 주심이 VAR을 통해 호주의 반칙 상황을 재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이하 VAR)이 시작부터 경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조별리그 C조 2경기에서 페널티킥 판정이 VAR 때문에 뒤집혔다.

월드컵 첫 도입, 초반부터 위력 #프랑스-호주전서 PK 판정 뒤집어 #“경기 흐름상 문제 있다” 지적도

VAR가 처음 위력을 발휘한 건 16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프랑스와 호주의 C조 1차전이다. 후반 9분 프랑스 앙투안 그리즈만(27)이 페널티 지역에서 호주 수비수 조슈아 리스던(26)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파울을 불지 않았던 안드레스 쿠냐(우루과이) 주심은 프랑스 선수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경기를 중단했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화면을 통해 상황을 확인한 쿠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즈만은 이 페널티킥을 선제골로 연결했다. 월드컵에서 VAR를 통해 판정이 뒤집어져 골까지 나온 것이다.

이날 2-1로 승리한 프랑스는 VAR의 첫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골키퍼 매튜 라이언(26)은 경기 후 “상대에게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기술 때문에 졌다는 느낌”이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VAR은 이어진 경기에서도 또 한 번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같은 C조인 페루와 덴마크의 경기 전반 추가 시간, 덴마크의 유수프 포울센(24)이 페널티 지역에서 반칙을 했다. VAR을 통해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페루의 키커인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쿠에바(27)는 공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러시아월드컵 VAR 판독실. [EPA=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VAR 판독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도입을 결정한 VAR는 심판이 리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지난 판정을 재확인하거나 번복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주심은 모니터를 통해 경기장에 설치된 37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다양한 각도의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득점 상황·페널티킥·퇴장 선수 확인·징계 선수 정정 등 경기 결과에 직접 영향을 주는 판정에만 활용한다. VAR을 통해 판정이 확정되면,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다시 보기 영상이나 텍스트로 관중에게 내용을 공유한다.

VAR 때문에 달라진 풍경도 있었다. 예전엔 주심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VAR가 도입된 후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하면 주심은 경고 대신 경기를 중단하고 모니터를 찾는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 주심이었던 하워드 웹은 “실시간으로 실수를 바로잡고, 더 공정한 결과를 내는 데 기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주심인 마크 할리는 “상황이 나오고, VAR를 통해 판정을 결정하기까지 21초 걸렸다. 만약 공이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골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 흐름이 끊어진 시점도, 시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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