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원은 빠르게, 대책은 항구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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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태풍 '매미'의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매미가 남긴 상흔의 특징은 지난해 '루사'의 피해가 인명과 농경지에 집중됐던 데 비해 국가기간시설이 많이 파괴됐다는 점이다.

매미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크레인 붕괴, 원전시설의 발전 중지, 대규모 전기 공급 중단 사태, 일부 철도 불통 등 사회간접자본을 대거 마비시켰다. 그 위력이 과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던 '사라'를 능가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피해 앞에 망연자실하면서 자연의 야속함을 탓하고 하늘만 원망할 수는 없다. 인위적으로는 막기 힘들었던 자연재해를 빨리 수습하고 복구에 전념하는 한편 앞으로는 유사한 재난을 겪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에 바탕을 둔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력한 태풍이 예고됐는 데도 사전예방은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따져보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한반도의 기상이변 징후가 뚜렷해져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대비해 취약점이 드러난 항만.발전소.송전탑의 설치기준을 현재보다 강화하고 매미가 비켜간 다른 사회간접시설의 안전도를 점검해 취약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자연재앙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기간시설에 대한 영구적인 재해대책과 함께 수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호체계의 확립도 절실하다. 지난해 수해의 기억이 생생한 강릉지역이 또 피해를 본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복구지원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일년이 지나도록 예산타령을 하면서 하천의 제방복구며 주택 신축을 미루는 바람에 주민들이 다시 수재민이 된 것이 아닌가. 결국 당시의 특별재해지역 지정이 생색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피해조사 후 복구비를 지급하는 행정절차를 따지다가는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므로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정산해야 한다. 수재민의 입장에서 수해복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