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가 협상 최대 카드란 것 잊지 말라" 김정은에게 주는 이란 전문가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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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연합뉴스]

6·12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연합뉴스]

이란 핵합의 협상단 대변인, 미국 NK뉴스에 기고 #"언제든 미국 정치 싸움 희생양 될 수 있어" 조언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 측에서 북한에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조언해 눈길을 끈다. 요지는 “쥐고 있는 핵무기가 최대 카드란 걸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언을 한 인물은 서방 주요 6개국(P5+독일)과 이란의 핵합의 당시 이란 협상단 대변인을 맡았던 세예드 호세인 무사비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기반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트럼프와 핵 협상 하는 법: 김정은에게 주는 몇가지 충고’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다. 그는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란에 새로운 합의를 요구하며 12가지 조건을 걸었을 때 이 조건들에 건건이 반박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무사비얀은 칼럼에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취하려는 핵심 이익이 “체제를 인정받고 번복 불가능한 안전보장을 확인하고 지역 및 세계 경제 구조에 통합되는 데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 점에서 JCPOA가 김정은에게 적절한 연구 대상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JCPOA가 본질적으로 비핵화 합의였으며 이란으로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넘어서는 내밀한 검증까지 수용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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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비얀에 따르면 문제는 미국 내에서 발생했다. JCPOA는 공화당의 절대적인 반대에다 민주당의 일부 반발까지 불렀다. JCPOA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를 받은 국제 합의였음에도 트럼프는 이를 끝내 파기했다. 칼럼은 “트럼프가 합의안을 찢어버린 것은 그것이 오바마의 최대 업적이기 때문”이라며 “평양은 잠재적인 합의가 미국 국내 정치 싸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단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중앙포토]

그렇다면 북한의 선택은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의 레거시를 되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무사비얀은 미국이 자신들의 편에 서는 나라의 체제를 용인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대북) 정권 교체 전략을 이번 합의로 끝장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을 의회에서 비준 받는 조약의 형태로 공고히 하라는 주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북한이 가진 핵심적인 협상 카드가 '핵무기'란 점을 강조했다. “핵무기 덕분에 북한은 힘을 갖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북한이 이 패를 초반에 포기하는 것은 미국 또한 합의를 이행해야 함을 망각하는 행위다.”

무사비얀은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력하는 것이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북한은 핵동결과 ICBM 해체를 약속하되 반대급부로 정치적·경제적 보장을 얻어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핵무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은 상호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합의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핵무기를 조기 반출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경제 지원 및 체제 보장을 ‘빅 딜’하고자 하는 트럼프 협상단의 기본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들.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아래 오른쪽)의 사진을 올리고 "북미 실무회담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들.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아래 오른쪽)의 사진을 올리고 "북미 실무회담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연합뉴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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