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체들이 속속 도입하는 '롱테일 전략'은 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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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새 스마트폰을 장만하러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간 신 모(60) 씨.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는 신 씨는 직원에게 “신상품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최근 한 달간 출시된 신제품이라며 5대를 꺼냈다. 평소 통화나 메시지, 카메라를 주로 이용하는 신 씨는 2년 전에 샀던 제품의 절반 가격인 스마트폰을 골랐다.

신 씨는 “램(Ram) 용량이 적어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할 때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하는데 가끔 인터넷 검색 정도 하는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며 “싼 가격에 카메라 성능은 좋아진 제품을 구매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요즘 스마트폰 업체는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다. 신규 수요는 거의 없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길어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어들었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략까지 더해져 타격이 더 크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다양한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제품 종류가 많아졌다. 주력 제품인 ‘전략폰’에 집중하던 업체들이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그간 1년에 두 번꼴로 전략폰을 내놓고 1~2개월간의 출시 효과에 의존했다면 요즘은 ‘반짝 흥행’보다 꾸준히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기전에 들어갔다. ‘롱테일’ 전략이다. 가장 가격이 비싼 전략폰을 내놓고, 일부 사양만 조금씩 바꾸며 가격을 조절해서 후속폰을 계속 내놓는 것이다. 특정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전략폰인 ‘갤럭시S9’과 ‘갤럭시S9+’를 출시한 이후 특정 수요를 노린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엔 ‘갤럭시A9스타’, ‘갤럭시A9스타 라이트’를 출시한다. 가격은 30만 원대~50만 원대다. 이들 폰은 우선 중국에 먼저 선보인다. 큰 화면, 대용량 배터리, 고화질 전면카메라가 특징이다. 배터리 용량은 갤럭시S9보다 20% 크다. 전면 카메라 화소도 2400만 화소로 높다.

지난달 말엔 ‘갤럭시A6’와 ‘갤럭시A6+’, ‘갤럭시J6’, ‘갤럭시J8’을 인도에서 출시했고, 중국에선 ‘갤럭시S8라이트’를 선보였다. 저가폰 선호도가 높은 인도와 중국 수요를 노려 중저가로 내놨다. 국내에선 지난달 ‘갤럭시 와이드 3’을 내놨다. 화면 크기는 갤럭시S보다 10% 정도 작은 5.5인치고, 내장메모리는 32GB다. 가격은 29만7000원이다. 2016~2017년 내놓은 ‘갤럭시 와이드 1‧2는 현재 누적판매량이 130만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와이드3

갤럭시와이드3

전략폰을 손봐서 내놓는 후속폰은 전략폰보다 마진율이 높다. 같은 물량을 팔아도 남는 게 많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최신 기능을 모두 넣은 전략폰에서 일부 기능을 빼서 싼 가격에 내놓는다. 특정 수요를 노린 간단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 매장마다 1~2대씩만 구비해도 2만~3만대는 팔리니, 뭐라도 만들면 적은 수익이라도 나고 공장 가동률도 높일 수 있다”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적은 수익이 쌓이면 연간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와 경쟁을 피하기 위해 비수기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이전에는 주요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새 제품을 내놓고 판을 키웠지만, 요즘은 경쟁사 출시 기간보다 1~2개월은 차이가 나도록 조절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할 때는 주목도를 높이면 파이(수요)를 키우는 효과가 있었지만, 파이(수요)가 작아지는 상황에선 되레 가져가는 몫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Q7

Q7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지난 한 달간 신제품 5종을 내놨다. 지난달 말 출시한 전략폰인 ‘G7 씽큐’를 비롯해 ‘V35’, ‘Q7’, ‘V35 씽큐’ 등이다. 지난 8일엔 ‘X5’를 36만3000원(출고가 기준)에 국내에 내놨다. 대용량 배터리(4500mAh)가 특징이다. 지난달 전용펜을 탑재한 ‘Q스타일러스’(60만원대)도 나왔다. 독립국가연합(CIS)에서 먼저 출시했고 국내에선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행복한 고민이라 할 만하다. 취향에 맞춰 평소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특화한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능과 성능 개발을 위해 과도한 투자비를 쏟아붓고 가격을 올리기보다, 수요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려는 전략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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