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동상 '기구한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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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서울 명륜동의 한 주택 마당에 방치돼 있다. 사진위는 4·19 직후 파괴되기 전까지 남산에, 사진아래는 파고다공원 (현 탑골공원)에 있던 동상. 안성식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일부분이 서울의 한 주택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서울 명륜동의 한 단독주택 마당 구석에 버려져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동상 부분은 두 개로 하나는 상반신 부분만, 다른 하나는 머리 부분만 남아 있다. 상반신이 남은 동상(사진 오른쪽)은 1956년 서울탑골공원에 세워졌던 것이다. 이 동상은 60년 4월 26일 이 전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낸 직후 시민들이 끌어내렸다.

56년 남산에 건립됐던 대형 동상(사진 왼쪽)은 60년 8월 19일 철거됐다. 이 동상은 본체만 7m에 달했다.

이들 동상 파편은 자유당 시절 대한노총 최고위원을 지낸 김주홍씨가 현 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70년 발행된 잡지 '코리아 라이프'에 따르면 한 고철상인이 동상의 일부를 용산의 한 철공소에 넘겼고, 이를 김주홍씨가 사들였다. 그 뒤 김씨는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이사를 온 현재의 집주인도 이를 그대로 뒀다.

인근 주민은 "집주인이 동상을 이화장에 반납하려 했지만 받아주지 않아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화장은 이 전 대통령이 살던 집으로 현재 이승만기념관으로 보존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용창 연구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충남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이 없었다면 건국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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