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는 실물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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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가와 금.구리.아연 등 원자재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물펀드로 쏠리고 있다. 치솟는 상품 가격만큼 높은 펀드 수익률을 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투자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원자재 가격이 껑충 뛰면서 펀드 수익률을 맞출 수 없어 이달 내놓기로 했던 실물펀드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며 "실물펀드는 실수요와 무관한 정정 불안 등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워낙 커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물펀드 앞날은 '쾌청',투자는 '신중'=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은 단기적인 거품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승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데다 달러화 약세로 갈 데 없는 자금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기세력까지 합세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들에 투자하는 실물 펀드로도 돈이 계속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물펀드 수익률은 원자재 값처럼 급등락이 심하다. 예컨대 '삼성파워오일인덱스파생상품 1'은 1개월 수익률은 -6.11%지만 3개월 수익률은 6.43%이다. 투자 시점과 기간에 따라 같은 펀드라해도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실물지수 펀드도 고려할 만=국내에선 직접 실물을 사고 파는 펀드는 찾기 어렵다. 대신 실물관련 지수와 연계해 이 지수가 오르는만큼 수익률을 올리는 실물 인덱스 펀드가 많다. 실물 지수는 시카코 등 상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자재들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것으로, 원자재지수로 일컫어지는 CRB지수와 골드만삭스상품지수(GSCI)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우리자산운용의 강충모 인덱스운용팀 선임은 "지난달 선보인 '우리 Commodity 인덱스 펀드'가 CRB지수를 활용한 펀드"라며 "특정 상품 가격 폭락에 따른 위험성 없이 전반적인 상품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주목= 대부분 실물 펀드는 원자재값이 폭락하면 원금마저 까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위험을 줄인 게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들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데다 실물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다. 메릴린치의 '월드골드펀드'나 '월드에너지펀드'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런 유형의 펀드들은 모두 달러화로 투자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위험을 감안해 환헤지 여부를 꼭 살펴봐야 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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