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통신비 원가 이달 말 공개 … 요금인하 압박 거세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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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과학기술정통부가 현재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의 통신비 원가를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세대(2G)·3세대(3G) 통신비 원가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이 판결과는 상관없는 4세대(4G) 통신비 원가 자료까지 공개한다는 것이다. 원가공개가 시장경제의 원리와 배치된다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통신비 원가가 공개될 경우 아파트 분양가 등 다른 업종으로 시민단체 등의 원가공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G·3G 이어 4G 서비스까지 포함 #정통부 “대다수가 이용 … 관심 커” #업계 “요금 내리면 투자여력 줄어” #전문가 “영업비밀 공개 유례없어”

5일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4명의 개인이 제기한 ‘LTE 원가 정보공개 청구서’를 접수했다. 과기정통부가 보유·파악하고 있는 LTE 서비스와 관련된 재무 및 영업자료를 공개하라는 내용이다. 대법원 판결에선 공개 대상이 2005년~2011년 2G·3G 서비스에만 한정됐는데, 현재 대다수가 4G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원가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기정통부는 가계통신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많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4G 서비스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통신비 인하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자료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한 대법원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TE 원가에 대한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다시 사법부의 의견을 물어봐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니 아예 선제적으로 공개하자는 것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지난달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2005년~2011년 이후의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LTE 통신비 원가 공개 방침이 전해지면서 이통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비 원가 공개로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지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5세대(5G) 서비스에 대한 시설·망 투자 등 미래에 대한 투자 여력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기업의 원가 산정 근거 자료를 정부가 나서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쟁에 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통사 임원은 “법원 판결을 뜯어보면 ‘이미 상당 기간이 경과된 점’을 고려해 정보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며 “과거가 아닌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원가 정보를 내놓는 것은 심각한 영업권 침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 임원도 “정부의 정보 공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2G·3G 때와 같은 행정소송밖에 없다”며 “이통 요금을 계속 낮추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의 압박이 계속 강해지는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통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개되는 ‘원가보상률’ 자료를 가공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통신비 인하 압박 수단으로 쓸 것이라는 점이다. 원가보상률이란 일정 기간에 발생한 매출을 영업비용 등 원가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그러나 통신 업계에서는 “원가보상률이란 개념 자체가 애당초 전기·수도·가스 등 공기업이 제공하는 독점 서비스 요금이 적절한지 판단할 때 사용하는 지표”라고 설명한다. 시장 경쟁을 통해 매겨지는 통신 요금을 공공요금과 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한창 서비스 중인 4G 원가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구체적인 영업 비밀까지 다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정부가 시민단체 말에 휘둘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2G·3G 서비스에 대한 원가공개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참여연대는 이번 주 중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손해용·하선영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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