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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향취 속으로 … 국립민속박물관 19일부터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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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혼례·회갑 같은 행사에 사용됐던 ‘곽분양향락도’

전시장에 들어섰다. 사랑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면에 '문방도(文房圖.서재그림)'가 보인다. 서책.골동품.붓.벼루 등을 그린 그림이다. 옛 선비들의 단아한 정취가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문자도(文字圖.글씨그림)'가 나온다.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여덟 글자를 큼지막하게 그려넣었다. 사대부들이 일상에서 도덕성을 함양하는 데 사용됐던 작품이다. 조선시대 양반댁 아이들이 공부했던 '소학(小學)'의 한 대목에서 유래됐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고사를 기억하게 하고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자를 세속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면 덕성이 자연적으로 우러나오게 될 것이다."

옛 여인들의 방을 장식했던 ‘화훼도’(부분).

전시장 복판은 살림집 안마당처럼 꾸몄다. 혼례.회갑 등의 전통의례를 담은 흑백 영상이 스크린에 비치고, 각종 민화에 나오는 문양 등을 재연한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10폭 병풍에 담긴 '곽분양향락도'가 눈에 띈다. 곽분양은 중국 당나라 때의 명장. 평생 영화를 누렸고, 늙어서도 수많은 자손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곽분양향락도'는 복록.부귀를 상징한다.

전시는 안방으로 마무리된다. 꽃과 새를 그리거나 자수를 놓아 꾸민 '화조도(花鳥圖)'가 관객을 반긴다. 풍성하고 탐스러운 모란은 부귀를, 연꽃.석류.물고기는 다산을 상징한다.

그렇다. '소박.투박.자연미'의 집합체인 민화는 공간에 따라 쓰임새가 달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9일부터 7월 17일까지 여는 '민화와 장식병풍 특별전'은 일상 공간에서 민화가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아보는 자리다. 문자.화조 등 지금까지 주로 주제별로 탐구했던 민화의 세계를 공간을 매개로 살펴본다는 특징이 있다. 박물관 측이 소장한 40건 270여 점이 공개된다. 02-3704-3172.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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