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판 커지는 TDF로 올라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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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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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평생을 건 초장기전이다. 현역 시절 돈을 모았다가  은퇴 후엔 그돈을 굴리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노후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국민연금 만으론 어림도 없고 퇴직연금 수익률은 은행예금만도 못하다. 그렇다고 생업에 바쁜 직장인이 시장을 좇으며 직접 투자에 나서기엔 전문성과 시간이 부족하다. 이럴 때 눈여겨 봐야할 노후 준비 상품이 TDF(Target Date Fund, 타깃데이트펀드)다.

TDF는 이름 그대로 ‘날짜를 겨냥한 펀드’라는 뜻인데, 여기서 날짜는 은퇴시점을 가리킨다.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은퇴시점이 다가오면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높인다. 노후자금은 수익보다는 안전에 무게를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입자가 머리를 싸매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적으로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통상 TDF는 가입시점을 기준으로 주식 비중을 80~9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낮춘다. 반대로 채권 비중은 10~20% 수준에서 높여 나간다. 개인은 자신에 알맞은 연령대별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펀드명에 2020, 2025, 2030 등 목표 연도가 표시돼 있다. 예를 들어 2040년에 은퇴 예정이라면 TDF 2040에 가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TDF는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규모가 1000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선 2016년 4월 첫 선을 보였다. 이후 2년여 만에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TDF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높은 수익률이다. 출시 1년이 넘은 국내 TDF 상품 29개의 연평균 수익률은 9% 정도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장기 상품인데도 쏠쏠한 수익을 낸 셈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연수익률이 1.88%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매력적이다.

이 TDF에 날개가 달릴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TDF에 대한 퇴직연금의 자산 투자 비중이 현행 70%에서 100%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쥐꼬리 수익률’이란 퇴직연금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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