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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고 써보고 냄새맡고…스토리텔링 마케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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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호 24면

밀라노 디자 인 위크 2018을 가다 <하>

가구박람회와 동시에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회사를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디자인 위크의 꽃이다. 올해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했다. 푸오리살로네에 명단을 올린 1371개 회사들은 전형적인 방법보다 오감으로 체험하고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을 선호했다. 브랜드의 이름과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이들은 독특한 컨셉트, 차별화된 배경음악·분위기·냄새, 만져보고 써볼 수 있는 제품, 그리고 입과 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먹거리까지 온갖 감성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인테르니 매거진이 진행한 &#39;하우스 인 모션&#39; 프로젝트. 라빅스-비지오내어의 작품이다.

인테르니 매거진이 진행한 &#39;하우스 인 모션&#39; 프로젝트. 라빅스-비지오내어의 작품이다.

스마트 시티 선보인 브레라 구역 여전히 인기

푸오리살로네는 크게 밀라노 구시가지의 브레라, 수퍼스튜디오 피유가 있는 토르토나, 중앙역과 람브라테 역 주변의 벤투라, 포르타 베네치아, 로싸나 오를란디 디자인 매장이 있는 산 암브로시오, 여러 행사가 한꺼번에 열리는 트리엔날레 전시장과 파브리카 델 바포레 전시장으로 나뉜다. 올해부터 밀라노 국립대학의 디자인·건축과가 있는 보비자 구역이 추가됐다.

&#39;하우스 인 모션&#39; 공간에 전시된 키부의 콩 전등과 래빗 체어 패밀리

&#39;하우스 인 모션&#39; 공간에 전시된 키부의 콩 전등과 래빗 체어 패밀리

브레라 예술대학이 있는 브레라 디자인 구역은 수많은 방문자들 덕분에 하나의 디자인 브랜드가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소한 제품 전시공간이었지만 2010년 푸오리살로네의 공식 구역으로 등록하면서 인기가 확 높아졌다. 첫 해 등록회사는 45개였지만 올해는 205개로 크게 늘었다. 중국 센젠시는 ‘센젠 크리에이티브 위크’ 기간에 브레라 디자인 구역 옮겨온 듯한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39;하우스 인 모션&#39; 중 그라치아 인피니티 허브. 디에고 그란디의 작품이다

&#39;하우스 인 모션&#39; 중 그라치아 인피니티 허브. 디에고 그란디의 작품이다

인테르니 매거진은 푸오리살로네 참여 20주년을 기념해 ‘하우스 인 모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타탈레 국립대 캠퍼스에 피에로 리쏘니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 디자인회사가 참여해 다양한 집의 개념을 선보였다. 집은 정착하는 곳이지만 여행·일·이민·피난 등으로 확산될 수 있고, 유목민들처럼 떠돌거나, 일시적인 공간일 수 있음에 착안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형태나 공간이 없는 가상의 집을 짓고 VR기기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브레라 예술대학 보타닉 정원에는 700개의 전등을 설치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가상 스마트 시티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도시의 시스템과 연결된 첨단 가옥에서 자연을 느끼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39;리빙 네이쳐&#39;의 겨울 부분

&#39;리빙 네이쳐&#39;의 겨울 부분

많은 회사들이 브레라 구역으로 이전했음에도 토르토나 구역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사토 오오키가 이끄는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는 수퍼스튜디오 피유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해 브랜드와 협업한 작품 중 대표작 10개를 골라 완성본과 샘플, 손으로 오물조물 만든 목업까지 함께 전시하며 디자인 창조 과정이 얼마나 길고 고된 일인지 한눈에 보여주었다. 전시공간 끝에는 선물이 들어있는 뽑기 기계를 여러 대 설치해 깜짝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39;하우스 인 모션&#39;중 스타탈레 국립대 캠퍼 스에 설치된 피터 피슐러 아키텍쳐의 작품 &#39;퓨쳐 스페이스&#39;

&#39;하우스 인 모션&#39;중 스타탈레 국립대 캠퍼 스에 설치된 피터 피슐러 아키텍쳐의 작품 &#39;퓨쳐 스페이스&#39;

수퍼스튜디오 피유에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다룬 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다쏘시스템은 일본 구마 겐고 건축사무소와 협업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사용해 만든 6m짜리 공기정화 구조물 ‘브리딩(Breath/ng)’을 선보였다. 175㎡에 설치한 브리딩은 차량 9만대가 내뿜는 유해 대기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들은 세계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이 재료로 제품을 개발해 공기를 맑게 하자”는 메시지도 보냈다.

모오이 전시장의 전등

모오이 전시장의 전등

단일제품을 선보인 벤처기업도 상당수였다. 대만의 사이즈M 디자인 스튜디오가 선보인 아동용 옷장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취침시간, 샤워시간, 청소시간 등을 알려준다. 옷장 정면 디지털 화면에 곰돌이가 나타나는 동안 아이는 취침 준비, 청소, 샤워를 마쳐야 한다. 곰돌이 디지털 타이머와 함께 놀며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자는 의도다. 사이즈M의 사장은 “이 옷장이 자기 딸의 아이디어”라며 “사용자보다 필요한 것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귀띔했다.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한 QM의 날씨알리미는 투명 스크린에 새겨진 기호에 불이 들어오며 정보를 제공한다. 빨강·흰색·파랑으로 변함에 따라 외부 온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패션그룹 브랜드들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지난해와 같은 장소인 팔라초 보코니에서 오브제 노마드와 쁘띠 오브제 노마드 신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새로 영입된 중국인 디자이너 안드레 푸(AndrFu)는 “기존 가구 형태가 아닌, 건축학적 표현을 담아낸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의자는 유동성과 역동성, 상호교감을 강조해 두 사람을 위한 공간을 움직이는 리본으로 감싼 형태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푸의 2인용 컨버세이션 체어는 리본의 움직임을 우아한 무한 곡선으로 재현하고 그 사이에 의자를 넣어 마주보고 대화가 가능하다.

불가 리 행사장

불가 리 행사장

리본 움직임 담아낸 루이비통의 대화 의자

까르띠에는 밀라노 평화의 문 바로 앞 광장에 양 날개가 펼쳐진 비행기 모양의 가로 60m짜리 크리스털 큐브를 설치하고 1904년 처음 출시한 산토스 워치의 2018년 신제품을 소개했다. 사방이 유리와 거울로 된 만화경 같은 이 설치물의 길이와 형태는 1906년 비행가이자 발명가였던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이 카나드형 동력기 14-bis호를 타고 3m 높이에서 약 60m거리를 비행한 것을 기념해 만든 것이다. 건물 좌우를 연결하는 중앙통로는 바닥과 천장이 거울로 되어있어 마치 뒤몽의 비행기를 타고 공중을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롤라모 극장에 서 열린 라스빗의 몬스터 캬바 레 공연

제롤라모 극장에 서 열린 라스빗의 몬스터 캬바 레 공연

불가리는 네 곳에서 동시에 진행했는데 브레라 구역 이벤트장이 압도적이었다. 1000㎡에 달하는 공간은 브랜드 대표 컬렉션인 비제로원 반지 형태를 흑백톤으로 반복한 월페이퍼로 도배했고, 미로처럼 만든 복도 곳곳에 진열장을 만들어 반지를 전시했다. 블랙홀처럼 끝없는 네온사인,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듯한 전면 거울방, 거울과 쇠파이프로 둘러싸인 보석의 방은 최면상태로 빠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

밀라노(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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