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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꿈꾸다 '과포자' 된 어른들을 위하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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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호 06면

서울 삼청동에 문 연 과학책방 ‘갈다’ 

 입시 비중이 달라 그렇지, 수포자(수학포기자)만큼 많은 게 ‘과포자’다. 우주선·공룡·타임머신에 빠져 과학자를 꿈꾸던 동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물리·화학 공식은 이해하기 힘든 난수표가 되고, 각종 법칙은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섞인다. 그래서 밥벌이가 아닌 이상 어른이 되면 외면하는 학문, 그것이 바로 과학이다.

이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는 공간이 최근 생겼다.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에 문 연 과학책방 ‘갈다’다(수~일 오전 11시~오후 9시 오픈). 기존 과학 서점처럼 책만 파는 곳이 아니다. 과학 대중화를 위한 아지트가 되겠단다. 건물 입구에도 ‘과학이 문화가 되는 과학책방 갈다’라는 문구가 선명히 박혀 있다. 갈다는 갈릴레오와 다윈의 앞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과학책방 '갈다'의 1층 내부.

과학책방 '갈다'의 1층 내부.

대표를 맡은 이는 천문학자이자 인기 강연자인 이명현 박사. 하지만 문을 열기까지, 이 대표 혼자 벌인 일은 아니다. 2년 여 전부터 그와 뜻을 함께해 온 과학계 동료·선후배와 과학에 관심 있는 문화예술인 60~70명이 주주로 투자했다. 과학계에 몸 담고 있는 30~40명의 전문가들도 서점 운영 및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를 비쳤고, 이은희 과학 커뮤니케이터,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미래학자 정지훈 교수(경희사이버대)가 이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동참자 대부분이 책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고, 그래서 책에 빚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과학을 알리는 플랫폼으로도 서점을 택했다”고 말했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건물 1층은 서점이지만 북카페처럼 여유롭다. 빽빽하게 꽂힌 서가 대신 동화책부터 전문서적까지, ‘스티븐 호킹’이나 ‘신체’ 같은 주제별로 모아두는 큐레이팅 방식이다. 이은희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 입문자들을 위해 책 추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건물 입구에 새긴 문구가 '갈다'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건물 입구에 새긴 문구가 '갈다'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2층은 독자와 만나는 공간으로 특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작가의 방’. 저자가 특정 날짜와 시간을 정해 이를 온라인(www.galdar.kr)에 공개하고, 그 시간에 찾아온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7월 4일 김탁환 작가가 예약을 마친 상태.

2층에서는 책 한 권을 깊게 파고드는 강의도 마련된다. 첫 프로젝트는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의 살롱’으로, ‘누구나 사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는’ 명저를 이 대표가 6주간 해설한다.

‘아지트’라는 공간의 취지는 지하 1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강연과 문화행사뿐 아니라 출판사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과학계 안팎으로 판을 키운 과학 콘텐트를 선보인다. 개업을 기념하며 지난달 27일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워크숍도 열렸다. 과학 웹저널 ‘크로스로드’ 편집주간인 김상욱 부산대 교수(물리교육학), 국립과천과학관 유만선 연구관, ‘동아사이언스’ 우아영 기자, 과학교육업체 ‘과학과사람들’ 원종우 대표 등이 패널로 나선 행사에서는 “과학관에는 아이들만 득실대고 어른은 직원 아니면 선생님뿐”이라거나 “전국 과학관 중 60%는 예산 덜 드는 천문과학관” 등의 신랄한 지적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이쯤에서 반문할지 모른다. 대체 왜 학교를 떠나고도 이 어렵고 지루한 과학과 친숙해져야 하느냐고. 워크숍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과학은 합리적 사고를 위한 훈련이다. 어른이 되었다면 사회 곳곳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일들을 따져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

글·사진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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