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일본과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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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경제신문에서 요즘 재미있는 칼럼을 하나 읽었다. 오늘의 한국은 60∼70년대의 일본과 여러모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첫째, 일본의 경제는 성장률과 설비투자의 비율(GNP대비)이 1970년대를 고비로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일본사람들은 이 시기를 일본경제의 성숙기라고 말한다. 지금의 한국경제가 그 때의 일본이 걸어온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의 경상수지흑자는 1968년 이후 정착되었다. 한국은86년부터 흑자기조로 전환했다. 일본의 수출이 오늘의 우리 나라와 같은 년 5백억 달러를 기록한 해는 74년도였다.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한국 국민소득 수준은 지난 몇 년 사이에 괄목하게 향상되고 있는데, 이것 역시 70년대의 일본과 비교된다. 1972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2천 8백 55달러였다.
끝으로 일본의 엔화는 1971년 미국의 달러 방위조치 이후 절상되기 시작했다. 오늘의 한국 원화도 그 때의 일본 엔화 모양으로 절상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64년 동경올림픽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무역수지에서 흑자가 나기 시작한 것은 그 이듬해인 65년부터였다. 물론 그후 다소 기복은 있었다. 그러나 흑자기조는 유지되었다.
우리는 특히 일본사람들로부터 칭찬 비슷한말을 들을 때면 어리둥절할 경우가 많다. 어디까지 진담으로 들어야 할지 얼른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우리를 치켜세우는 의미보다는 자신들의 경계심을 부추기기 위한 자기 지향적인 어법을 잘 구사하기 때문이다.
70년대 초 세계가 온통 석유쇼크로 기를 펴지 못하고 있을 때 일본만은 재빨리 기업변신을 단행해 살길을 강구했었다. 바로 기업들의 설비투자 방향을 정부가 솔선해 제시하고 권장해 일본은 일약 세계경제대국으로 뛰어 오를 수 있었다. 첨단기술산업 구조로 개편하는 꾸준한 설비투자를 계속했다. 바로 그것이 일본경제의 오늘을 있게 한 관건이었다.
지금 우리 나라는 어떤가. 정부의 어디서 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과연 투자의욕이 얼마나 있는가. 우리의 사회는 그 정도로 자리가 잡혀있는가. 요즘 정치인들의 설왕설래를 보면 우리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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