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발목잡나?

중앙일보

입력

27만명 수지 주민들의 숙원인 신분당선 연장 사업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차량기지 위치를 놓고 건설교통부와 경기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지시민연대 강성구 공동대표는 13일 "경기도가 건교부로부터 보정차량기지 사용에 대한 기술적 검토 결과를 통보받고도 아직껏 차량기지 문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며 "도는 전철 조기 완공을 갈망하는 수지 주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3일 신분당선 연장 구간에 투입될 차량들이 기존 분당선의 보정차량기지(보정역) 을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았다고 경기도에 통보했다.이 때 건교부 관계자는 "보정차량기지에서 차량들이 원활하게 출입하기 위해선 정자역까지의 지하 5㎞구간에 별도 전용 선로를 놓아야 하는데 그 건설비가 7000억원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도는 지난달 28일 주민들에게 "건교부의 보정차량기지 확대 사용에 대한 가부(可否)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수지시민연대 측이 주민 2만7000명의 서명을 받아 '신분당선 수지연장 조기완공'을 촉구하러 도청을 방문했을 때였다.

도 광역교통기획단 관계자는 13일 "건교부의 보정차량기지 이용안 검토 결과를 놓고 관련 부서들과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도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도와 건교부의 의견 대립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도는 1월 연장 사업 구간을 1.2단계로 나눠 착공하지 말고 일시에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그러자 수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이에 도는 동시 건설안을 거둬들였다. 대신 광교신도시에 차량기지를 짓지않고 보정차량기지를 확장 사용할 것을 건교부에 요구했다.

수지 주민들은 경기도가 광교신도시 개발 수익때문에 신도시 차량기지 건설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원 이의동과 용인에 걸쳐있는 광교신도시는 내년 말 착공해 2010년께 입주가 시작된다.신도시에 차량기지가 들어올 경우 매각용 택지가 크게 줄고 또 차량기지가 준(準)혐오시설이라 입주 주민들 반발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차량기지를 기존 보정차량기지와 함께 사용하거나 화서역 부근인 호매실에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호매실에 차량기지 건설하기 위해선 건교부의 단계별 건설(정자역~광교신도시.1단계)과 달리 정자역~광교신도시~화서역(21km) 전 구간을 일시에 지어어야 한다.

건교부가 "전 구간에 대한 원활한 공사비 조달이 힘들고 광교신도시~화서역(2단계) 구간은 수익성이 떨어져 민자 유치도 어렵다"며 동시 건설을 반대했다.

연장구간 건설 계획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통에 3월 완료 예정이었던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이 6월로 미뤄졌다.

정확한 연장 노선 및 역사 위치도 확정되지 않았다.착공을 위해선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하고, 인허가를 받아 토지.건물 보상도 마쳐야 한다. 1~2년 내 착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지시민연대 관계자는 "교통 대책없이 수지 지역이 개발돼 주민들이 수년간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주민들 노력에 힘입어 신분당선 연장이 결정됐는데 이제와서 경기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분당선 수지 연장
= 신분당선(정자역~강남역,18.5㎞)을 수지 및 광교신도시를 거쳐 화서역까지 약 21km를 연장하는 사업이다.신분당선은 민자사업으로 지난해 착공돼 2010년 개통 예정이다.총 2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연장구간 건설은 성복.신봉동 등 수지 일대에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 더욱 절실해졌다. 수지 주민들은 경기도의 차량기지 문제의 최종적인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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