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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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목차>
◇18면=『온 누리에 평화 밝히는 「하늘의 불」』-▲헤라 신전서 서울까지 성화 봉송 어떻게 하나 ▲성화의 기원과 에피소드 ▲헤라 신전 소개 ▲채화 맡은 수석 여사제 프로필
◇19면=『3백30년의 전통…풍자의 극치 보인다』-코미디 프랑세즈 서울 공연
◇20∼21면=『흥과 멋의 놀이마당…「우리 가락」 정취 가득』-다채로운 문화 올림픽 국악·민속 놀이 공연
◇22면=『준비는 끝났다 우리만 믿어라』-한국의 금메달 유망주들
◇23면= 『목표는 오직 금메달뿐』 구슬땀 흘리는 태릉 훈련 현장

<서울 올림픽 축시>승리여, 이 드높은 하늘의 축복이여|이근배 <시인>
우리는 이겼노라
이 나라 반만년의 가장 드높은 하늘에
한겨레 6천만의 마음을 수놓아
자유와 평화의 깃발을 올렸노라
봇물처럼 터지는 기쁨의 여울은
오랫동안 참고 살아온 비바람의 날들과
억세게 뿌리를 뻗고 잎을 세운
우리들의 땀과 피와 싸움의 보람이거니
보라
산과 물을 비단같이 두르고
꽃과 새들을 넉넉히 키워온
우리들의 서울 올림픽의 큰 마당이
두 팔을 벌려 반갑게 맞이하고 있나니
저마다 다른 조상과 핏줄과 말과 풍속으로
흩어지고 갈리 우고 다투며 살아오던
50억의 가슴과 가슴이 용광로의 쇳물처럼
한 덩어리로 녹아 불꽃으로 솟으리라
이 이슬보다 더 맑고
태양보다 더 눈부신 역사의 아침에
어흥 어둠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한강의 울음소리 천둥처럼 울린다
금강산 태백산이 앞다퉈 물을 주고
백두산 한라산이 손을 잡고 마중을 오니
상모 돌리는 호돌이의 어깨춤이
이 나라의 들판을 풍년가로 물들인다
둥둥둥 둥둥둥
지구촌의 온 가족이 색동옷 입고
고깔 쓰고 새납 불고 무동을 타고
만나고 얼싸안고 힘을 겨루고
사랑의 잔칫날은 해가 지지 않는다
파란 눈, 노랑머리, 검은 살 빛깔
창 던지고 말을 타고 활을 쓰고 뛰고
달리고 산을 넘고 바다를 가르고
싸웠노라 이겼노라 사랑했노라
둥둥둥 둥둥둥 북이 울린다
들리는가
하늘을 흔들고 땅을 흔들어
쏟아지는 갈채며 눈물보다 뜨거운 함성
저 목 메임의 소리를 겨레여 듣는가
오늘을 기다려 참고 견뎌온 고난과 아픔을
세계가 손 모아 빌고 합창을 해도
끝끝내 하나로 아물지 못하는
내 나라 반세기의 캄캄한 상채기를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는 이 비원의 소리가락을
그렇다 일어서자
오늘의 승리 오늘의 보람 오늘의 기적을
한강이 넘실대며 바다로 가듯
우리 통일의 새벽을 맞으러 가자
이 나라 반만년의 가장 드높은 하늘의 축복 속에
타오르는 서울 올림픽의 성화
영원히 지상의 빛이 되리니
겨레여,
목놓아 함께 노래 부르자
우리는 이겼노라
이겼노라.

<사진 이창성 부장 항공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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