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비핵화 보상 플랜은…IMF 가입→국제기구 지원→민간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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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에서 비핵화 방식과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이 본격 논의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 계획도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평양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북한 당국은 경제 개선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진 노동신문]

평양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 북한 당국은 경제 개선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진 노동신문]

IMF 가입이 첫 걸음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국의 대북 경제지원 첫 단추는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승인일 것으로 전망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30일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북한이 IMF를 먼저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등도 경제 성장을 위해 처음 한 일이 IMF 가입 신청서 제출이었다.

북한에게 IMF 가입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계은행(W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저개발국가를 위한 융자나 기술지원을 하는 국제 금융기구가 가입 선결 조건으로 IMF 가입을 내세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기구의 개발 펀드를 받기 위해서는 회원국이 돼야 하는데, 그런 국제기구 가입 조건이 IMF 가입”이라고 말했다.

둘째 IMF의 경제 분석 기능 때문이다. IMF는 가입국의 경제를 분석해 통계를 작성한다. 북한은 단 한 번도 자국 경제 현황을 국제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없다. 김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대북 제재가 풀린다고 해도 북한 경제 통계가 없는 상황에선 투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민간 자본이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IMF가 실사단을 파견해 북한의 경제 분석을 마치고 가입 승인을 해야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투자가 본격화될 수 있다.

북한은 1997년 IMF 가입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IMF는 미국의 지분율이 17.5%로 가장 많다. 사실상 미국 결정에 따라 가입 승인이 이뤄진다.

문제는 가입 기간이다. 가입 신청국의 경제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신청후 승인이 나려면 보통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다만 과거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신청후 1년이 채 안돼 가입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도 특별 대우를 해 줄 가능성이 있다. IMF 이사회는 러시아가 정식 가입을 하기 전에 1991년 특별 준회원국으로 선출한 뒤 기술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식민지배 보상금 중재도 거론

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국무부와 유엔(UN)의 대북제재를 풀어 민간 자본의 북한 투자를 허용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수천만달러를 투자해 은둔의 국가(북한)가 21세기로 나오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의 식민지배 보상금 지급을 중재하는 방안도 북한을 위한 경제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은 북한에 식민지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국교 정상화를 논의하며 식민지배 배상금을 논의했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가 거론되며 결국 협상이 무산됐다. 최영호 영산대 일본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북한이 당장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자본은 일본의 배상금이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협상 중재를 원할 것”이라며 “2002년에 언급됐던 배상금 규모를 고려하면 100억달러 수준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지원방식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교수는 “미국이 재정 여력이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민간 자본 투자를 돕는 데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봤다. 폼페이오 장관도 “미국인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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